1,500여년을 무덤 속에 묻혀있던 천마가 지금도 하늘을 나는 모습을 생생하게 전할 수 있는 이유는? 그 비밀은 천마도가 그려진 나무껍질에 있다고 한다.천연방부제 및 방수효과 성분이 많이 함유된 백화수피(白樺樹皮)를 캔버스로 사용해 오랜 세월 원형 그대로 보존됐기 때문.
목재조직학을 전공한 임학자이자 나무문화재 전문가인 박상진 경북대 임산공학과 교수가 '역사가 새겨진 나무 이야기'(김영사 발행)를 냈다. 박 교수는 1991년 기존 학계에서 밤나무로 판정한 무령왕릉 목관의 재질이 일본에서 자라는 금송이라는 것을 밝혀내 고고학계의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이 책은 "나무는 선조들의 삶을 지켜온 현장목격자"라고 말하는 그가 현미경을 통해 벗겨낸, 나무 문화재에 간직된 역사 이야기다.
박 교수는 천마도에 대해 새로운 가설을 제시했다. 천마도의 목재인 백화수피는 자작나무 껍질이 아니라, 자작나무과(科)에 속하되 남쪽 지방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거제수나무나 사스레나무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 고려의 국운을 걸고 제작된 해인사 팔만대장경도 기존에 알려진 자작나무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박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경판 대부분은 산벚나무와 들배나무로 만들어졌다. 또한 박 교수는 팔만대장경이 해인사 근처에서 제작된 것으로 추정, 강화도에서 새겨져 옮겨졌다는 통념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문향란기자 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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