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상국 전 대우건설 사장으로부터 사장직 연임 청탁과 함께 3,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노무현 대통령의 친형 건평(사진)씨에 대한 재판을 맡은 서울중앙지법이 직권으로 사건을 건평씨 거주지 관할인 창원지법으로 이송한 것으로 밝혀져 논란이 일고 있다.22일 서울중앙지법에 따르면 건평씨 재판이 이날 오전 11시 열릴 예정이었으나 담당 재판부가 형사소송법 관련 규정에 따라 직권으로 사건을 창원지법으로 이송하는 바람에 열리지 못했다. 형사소송법 8조는 '피고인이 관할구역내에 거주하지 않을 경우 특별한 사정이 있으면 법원의 결정으로 사건을 피고인의 현 거주지 관할 법원으로 이송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법원 안팎에서는 "법적으론 문제가 없지만 관례상 다른 피고인들과의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상당수 형사사건 피고인이 주거 지역 관할 법원이 아닌 법원에서 재판을 받는 불편함을 감수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통령의 친형이 지방에 거주한다는 이유만으로 사건을 이송해주는 조치를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서울중앙지법의 한 판사는 "지방법원에 관련 소송이 계류돼 있지 않는 한, 불구속 기소된 피고인이라 해도 다른 피고인과 증인들의 주거지 등을 고려해 이송하지 않는 것이 관행"이라며 "더구나 서울중앙지검이 기소한 사건을 지방으로 이송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피고인이 범죄사실을 인정할 경우 증인을 별도로 소환할 필요가 없고 형사소송법 취지가 피고인을 우선하도록 돼 있는 만큼 적법 절차에 따라 변호인의 이송신청을 받아들였다"고 해명했다.
/김지성기자 j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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