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슈퍼가 다 죽게 생겼습니다."롯데쇼핑·삼성테스코 등 대형 유통업체들이 포화상태에 이른 대형 할인점 대신 대형 슈퍼마켓(SSM·Super SuperMarket) 사업에 잇따라 뛰어들어 영세 상인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SSM이란 영업면적 350여평, 개점비용 30억∼60억원 규모로 주택가나 아파트 단지 내 상가 등에 쉽게 자리할 수 있는 동네슈퍼형 할인점. 막강한 자본력과 유통노하우를 배경으로 하는 SSM이 동네 상권을 파고들 경우 가격·상품구색등에서 경쟁력이 없는 재래식 동네 슈퍼마켓들은 고사위기를 맞을 것으로 우려된다.
줄 잇는 SSM사업
롯데쇼핑은 최근 SSM 사업부문 '롯데레몬'의 점포명을 '롯데슈퍼'로 바꾸고, 작년 인수한 한화유통 체인사업부문의 26개 점포를 더한 총 40개 점포를 본격 가동하기 시작했다. 롯데슈퍼 관계자는 "SSM은 도심 외곽에 있어 접근성이 떨어지는 할인점의 결점을 보완할 수 있다"며 "올해 서울 은평구, 고양 일산구 등에 6∼8개의 점포를 새로 오픈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홈플러스도 올해 영국의 SSM '테스코메트로'를 모델로 한 '홈플러스 슈퍼'(가칭) 시범점포 10개를 선보여 반응이 좋으면 2007년까지 점포 수를 130여 개까지 늘린다는 계획이다. 1997년 시작해 현재 75개 점포를 갖고 있는 SSM 업계 1위 LG유통은 올해 고양 능곡, 용인 구갈 등에 13개 점포를 신규 오픈 할 방침이다.
동네 슈퍼 대응책 부심
이에 따라 동네 슈퍼를 운영하는 중소 유통업자들은 위기감에 휩싸여 있다. 한국수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KOSA·www.kosamart.net) 김경배 회장은 "96년 유통산업이 개방되고 할인점 붐이 일 때 중소 슈퍼의 30% 정도가 폐업 또는 전업 했다"며 "대기업들의 SSM 진출이 늘면 중소 슈퍼는 더 큰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기에 생존권 차원에서 결사 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KOSA는 지난 한 달 동안 '지역경제 살리기 운동 발대식' 전국투어를 실시하는 등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김 회장은 "롯데등의 제품 제조원가 공개와 불매 운동 등도 생각하고 있다"고 위기감과 분노를 표현했다.
원종문 남서울대 유통학과 교수는 "미국식으로 대기업의 SSM 사업이 활성화할 경우 동네 슈퍼는 완전히 사라질 수도 있다"며 "전국 12만개의 중소 슈퍼 서민들 문제를 시장 경제 논리 만으로 풀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신기해기자 shink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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