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팽이보다는 참새가 되고 싶어. 할 수만 있다면 정말 그러고 싶어. 못보다는 망치가 되고 싶어. 할 수만 있다면 정말 그러고 싶어. 저잣거리가 되느니 숲이 되고 싶어. 할 수만 있다면 정말 그러고 싶어.' 사이먼과 가펑클의 노래로 잘 알려진 '철새는 날아가고'(El Condor Pasa)는 페루의 전래 민요에 영어가사를 붙인 것이다. 제목에서 콘돌이라는 아메리카 독수리를 철새로 고쳤지만 독수리도 철새이니 틀린 것은 아니다. 일상의 굴레에 갇혀 살면서 철새처럼 자유롭게 비상하고 싶은 현대인의 소망을 담고 있다.■ 탄핵정국으로 정치권에 예측불허의 회오리가 일면서 정치인들의 눈치보기와 손바닥 뒤집기가 극에 달한 느낌이다. 의원직을 사퇴했다가 여론이 유리하게 돌아가자 슬며시 철회하고 불출마 선언을 했다가 번복하기도 한다. 정당들도 명분과 논리는 제쳐두고 어지러운 시류를 좇아가며 당장의 실리를 챙길 궁리를 하느라 분주한 모습이다. 지자체장들도 그 동안 몸담았던 정당을 팽개치고 새 둥지로 옮긴다. 역사의 흐름을 읽지 못하고 줏대 없이 왔다 갔다 하는 이런 사람들을 언론은 철새에 비유하곤 한다.
■ 그러나 이런 비유는 철새를 모독하는 것이다. 철새는 철에 따라 서식지를 바꾸어 사는 새로, 번식지와 월동지를 규칙적으로 오간다. 월동을 위해 북쪽에서 찾아오는 겨울새, 번식을 위해 남쪽에서 올라오는 여름새, 긴 여정 중 잠시 들르는 나그네새 등으로 구분된다. 철새라고 모두 저절로 오고 가는 게 아니다. 계절을 읽는 지혜와 비행훈련, 대이동을 위한 질서가 필요하다. 평소 에너지를 비축하고 비행연습을 해두어야 우두머리의 신호에 따라 긴 여정에 오를 수 있다. 엉뚱한 데 한눈 팔다간 일행에서 떨어져 텃새나 철새도 아닌 길 잃은 새, 즉 미조(迷鳥)가 되고 만다. 요즘 우리나라의 정치판은 이런 미조들로 북적대는 것 같다.
■ 네팔의 한 산동네에는 매년 4월 수천마리의 두루미떼가 몰려들어 한달 정도 머문다. 시베리아에서 인도까지 내려갔던 두루미떼는 이 곳에서 히말라야의 고봉들을 넘어 시베리아로 자신들을 실어 날라줄 바람을 기다린다. 새끼들은 부지런히 비상연습을 하고 어미들은 바람을 알아내기 위한 비행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적당한 바람이 나타나면 두루미떼는 우두머리의 지휘 아래 일제히 날아올라 산맥을 넘는다. 이때 백여마리가 넘는 낙오자가 생긴다. 평소 비상연습을 게을리 했거나 엉뚱한 데 한눈 팔다 일행을 놓친 두루미들이다. 역사의 도도한 흐름을 읽지 못하고 급류에 휘말려 떠내려가는 정치인들처럼.
/방민준 논설위원 mjb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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