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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솔이가 커서 국악 진행해요"/EBS FM "국악세상" 이자람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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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솔이가 커서 국악 진행해요"/EBS FM "국악세상" 이자람씨

입력
2004.03.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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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솔아∼ 할아버지께서 부르셔∼." 꼭 20년 전, 다섯 살 때 포크 가수인 아버지 이규대씨와 함께 '내 이름 예솔아'라는 노래를 불러 인기를 모았던 깜찍한 꼬마 가수를 기억하는지. 그 덕분에 '예솔이'라는 별칭으로 더 잘 알려진 신세대 소리꾼 이자람(25·서울대 음악대학원)씨가 2일 첫 전파를 탄 EBS FM 'EBS 국악세상'(104.5㎒·월∼토 오후 1시40분∼2시)의 진행을 맡아 전통음악 알리기에 앞장서고 있다."흔히 국악 하면 어렵고 따분하다고 생각하는데, 그건 잘 모르기 때문이죠. 알지도 못하고, 알려고 하지도 않으면서 '국악은 재미없다'고 말하는 사람들을 보면 화가 나기도 해요. 하지만 그만큼 국악인들이 해야 할 일이 많다는 뜻이겠죠? 이 프로그램을 통해 많은 분들이 쉽고 재미있게 국악을 즐길 수 있도록 돕고 싶어요."

'왕초보를 위한 국악 가이드'를 표방한 '국악세상'은 '기악 감상' '성악 감상' '흥겨운 곡 이어듣기' 등 요일별 주제를 정해 다양한 음악을 들려주고, 이씨가 "중중모리 장단으로 넘어갑니다. 아쟁 소리에 귀 기울여 보세요" 하는 식으로 감상 포인트를 일러준다. 특히 서양음악과 접목한 창작곡이나 서양악기로 연주한 전통음악도 소개해 청취자의 귀를 잡는다. "아직 수는 적지만 이 프로그램을 통해 국악을 새롭게 발견했다는 청취자들의 얘기를 들으면 절로 힘이 나요."

이씨의 말처럼 EBS 게시판에는 "이 방송을 들으면서 '국악은 지루하다'는 선입견을 버렸다. 국악을 대중음악으로 널리 퍼뜨리는 작은 씨앗이 되어달라"(ID dohkong) "마치 퓨전음식점에서 맛보는 요리처럼, 여러 음악과 조화를 시도한 것이 신선하고 흥미롭다"(gaia0526) 등 청취자들의 따뜻한 글들이 적잖이 올라오고 있다.

가장 아쉬운 것은 방송시간이 하루 20분밖에 안 된다는 점. 되도록 말을 줄이고 음악을 많이 내보내고 있지만, 워낙 시간이 짧아 대부분은 끝까지 들려주지 못한다.

이씨는 "청취자들의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내 방송시간이 1시간, 아니 그 이상으로 늘어 좋은 음악을 단 1초도 자르지 않고 들려줄 수 있게 하자고 스태프들과 다짐했다"고 귀뜸한다.

그녀는 초등학교 4학년 때 MBC 어린이 프로그램 '야! 일요일이다'의 판소리 배우기 코너에 출연한 것을 계기로 소리꾼의 길로 나서 오정숙 송순섭 명창을 사사했다. 97년 전주대사습놀이 학생대회에서 판소리 부문 대상을 받았고, 대학 2학년 때인 99년에는 '춘향가'를 8시간에 걸쳐 완창해 기네스북에 '최연소 최장시간 판소리 공연자'로 이름을 올렸다.

한때 뮤지컬을 곁눈질하기도 하고, 국악고의 엄한 교풍에 반발해 자퇴서를 내기도 했다는 그녀에게 소리를 선택한 것에 후회는 없는지 물었다. "물론이죠. 많은 음악을 접해봤지만 판소리는 음악적인 면에서든, 기교에서든, 문학적인 면에서든 세계의 모든 성악곡들 가운데 최고예요. 그만큼 어렵고, 그래서 하면 할수록 더 오기가 나죠."

이씨는 2002년 또래 국악도들과 공연단체 '타루'를 결성, 판소리에 극과 춤 등을 결합한 '국악뮤지컬'이라는 새 장르를 선보여 주목 받고 있다.

소설 '나의 라임오렌지 나무'를 우리나라의 70년대 상황으로 각색한 '나무야 나무야' 등 5개의 레퍼토리를 갖고 10여 차례 공연, 10, 20대 젊은이들로부터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예끼 이놈, 청바지 입고 소리를 해?" 하고 호통 치던 스승들도 이제는 공연장을 찾아와 격려해준다.

국악 대중화를 향한 그의 욕심은 끝이 없다. "가장 큰 꿈이요? 개인적으로는 제 소리를 듣고 많은 분들이 한꺼번에 편안함을 느끼게 되는 경지에 오르는 것, 그리고 더 크게는 대한민국 모든 국민이 소리 한 자락씩 할 줄 아는 세상을 만드는 것입니다."

/이희정기자 jay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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