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과 민주당 일각의 주장대로 야권이 대통령 탄핵안을 철회하면 야당 지지도에 변화가 일어날까.여론조사기관 전문가들은 대체로 "단정하긴 어렵지만 기대만큼 효과를 거두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데 공감하는 분위기다. "어차피 바닥이므로 탄핵 철회가 지지도를 더 끌어내리지는 않을 것이며 조금이라도 오르면 득이 되지 않겠느냐"는 야당 인사들의 얘기를 별로 수긍하지 않는 모습이다.
코리아리서치 김정혜 이사는 22일 "탄핵안 가결에 따른 국민의 충격이 이미 여론조사에 반영돼 있는 만큼 지금 탄핵을 철회한다고 해서 정국의 흐름 자체가 바뀌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오히려 명분이 약한 탄핵안 철회로 야당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가 심화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허병기 현대리서치연구소 회장도 "야권 소장파의 위기감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탄핵을 철회한다고 패닉 상태에 놓인 여론을 단기간에 되돌리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오히려 기존 지지층에 상당한 혼란과 냉소감만 안겨줄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한 유력 여론조사기관 관계자도 "야권이 탄핵안을 거둔다고 해서 탄핵안 가결에 따른 유권자의 불만이 당장 사라지진 않을 것"이라고 보았다. "오히려 야당 지도부의 얘기처럼 소신 없고 신뢰할 수 없는 당으로 비쳐져 현재 15%와 5% 안팎인 한나라·민주당의 기존 지지층까지 빠져나갈 수 있다"는 지적이었다. 그는 "뉴스 가치로 따져봐도 탄핵안 가결을 100%라고 치면 탄핵안 철회는 그 10분의1도 되지 않을 것"이라며 파급 효과에 의문을 제기했다.
반면, 미디어리서치 김지연 부장은 "탄핵안 철회시 득보다 실이 많다는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탄핵안 가결로 적지 않은 야당 지지층과 반노 세력이 무당파로 돌아섰는데, 이들을 흡수할 명분과 계기가 야당에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탄핵안 철회는 힘든 상황에서도 야당을 지지하고 있는 골수 지지층의 이탈 등 또 다른 후폭풍을 촉발할 수 있는 만큼 표 득실 및 당선 의석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TN소프레스 박동현 부장은 "탄핵안 철회는 야권과 민심이 격돌하는 듯한 현 정국 구도를 종전의 여야 대결 구도로 전환시키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현재의 여론 추세라면 지나친 여야 지지도의 불균형 상태가 총선 이후에도 지속되지 않겠느냐"면서 "탄핵안 철회는 이 같은 불균형 구도를 균형쪽으로 되돌리는 분기점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박정철기자 parkjc@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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