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41) 한글과컴퓨터 부사장은 요즘 젊은이들이 부러워하는 경력을 가진 인물이다. 그는 세계적 명성의 미국 버지니아대 다든(Darden) 비즈니스 스쿨에서 MBA(경영학 석사)를 받았고 보스턴컨설팅그룹(BCG) 컨설턴트를 지냈다. 이 같은 화려한 경력을 쌓기까지 많은 도전을 극복해야 했는데, 이 과정에서 용기를 북돋워준 인물이 다든 스쿨의 진 릿카 교수였다.그는 연세대 재학 중 교환학생으로 도미, 워싱턴대를 졸업한 뒤 보잉사에서 아시아인으로는 드물게 부장(Senior executive)으로 승진했지만 '보이지 않는 벽'을 절감하고 MBA를 결심했다. 다른 학교에서도 합격 통지서를 받았지만 다든을 선택한 것은 남부의 아름다운 캠퍼스에서 교수와 학생이 서로를 격려하는 가족 같은 분위기가 마음에 들었기 때문.
그렇지만 막상 학기가 시작되자 그는 어려움을 겪게 된다. 가장 큰 문제는 학업. 산더미처럼 쏟아지는 과제물을 보면서 "억!"하는 신음이 저절로 나왔고 세계에서 모여든 수재들이 그를 멀찌감치 앞서가는 것 같았다. "하루에 5시간 밖에 잠을 자지 못하면서도 뒤쳐지는 것은 아닐까 하는 강박관념에 시달렸습니다. 어느 동료는 이렇게 열심히 살아가면 사회에서 못해낼 일이 없을 것이라며 자퇴하기도 했지요."
자신이 겪는 어려움은 그렇다 치더라도 가족들까지 힘들게 하는 것이 더욱 고통스러웠다. "집에서 치르는 시험(Take-home exam)을 보는 날이면 집 사람이 두 아이를 데리고 아파트 바깥에서 서너 시간을 서성여야 했습니다. 시험 때면 긴장이 돼서 주변에 누군가가 있으면 집중하지 못하거든요."
이렇게 많은 희생을 해가면서 공부를 해야 하는가라는 생각이 들 무렵에 만난 사람이 릿카 교수였다.
릿카 교수는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에서 MBA를 받은 기업 전략 전문가. 성격이 시원시원하고 유머 감각을 가진 릿카 교수는 김진씨의 고민을 경청했다. 그리고 "지금 도전하고 있는 일이 당신의 장래 목표를 실현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판단되면 최선을 다하라"고 격려했다. "릿카 교수와 마주칠 때마다 눈빛에서 '당신, 잘 하고 있지!'하는 격려를 듣는 것 같았어요.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에게는 따스한 눈빛 하나가 큰 힘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뿐만 아니라 김진씨는 릿카 교수의 기업 전략에 관한 명 강의를 들으면서 전략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됐고 이는 기업전략 컨설팅 분야에 명성을 가진 BCG에 입사하는 계기가 됐다. "졸업을 앞두고 7곳에서 입사 제의를 받았는데, 릿카 교수가 BCG 컨설턴트로 일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주저 없이 그 곳을 택했습니다."
그는 BCG에서 거대 기업은 물론이고 심지어 한 국가의 경제를 컨설팅하면서 넓은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눈을 길렀다. 그가 한글과컴퓨터 부사장이 됐을 때 누구 못지않게 진심으로 축하해준 인물이 릿카 교수였다. 릿카 교수와의 인연으로 그는 바쁜 업무에도 다든 한국동문회장을 맡아 다든을 알리는 일에 앞장서고 있다. 그는 해마다 이 맘 때면 다든 스쿨에 합격한 한국인들을 부부 동반으로 자신의 집에 초청해 파티를 열어주고 있다.
사무실에서 커피를 직접 타서 마실 정도로 소탈한 그는 직원들의 개인사에 남다른 관심을 갖고 있다. 리더의 작은 관심이 직원들에게 큰 힘이 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한글과컴퓨터는 누적 적자가 한때 890억원까지 이르렀지만 지난해 50억원 흑자로 전환했고 종합 소프트웨어 기업으로 변신을 시도중이다.
/이민주기자 m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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