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탄핵소추 가결에 항의하며 소속의원 전원이 사퇴하겠다고 밝혔던 열린우리당이 사퇴를 철회키로 공식 결정했다. 대국민 약속이자 정치적 진퇴에 관한 중대한 결정을 지지가 오르자 번복한 것이다. 정치 신의상으로나 책임정치면으로나 국민을 허탈하게 만드는 소극(笑劇)이다.의원 배지를 내던지며 전원이 사퇴서를 작성해 국회 본회의장에 전시하던 모습은 비장한 장면으로 TV를 통해 중계됐었지만 결국 한때의 쇼였음을 자인한 셈이다. 이 문제를 논의한 의원총회 결과를 발표하면서 김근태 원내대표는 "참으로 부끄러운 결정"이라고 인정했다. 그리고 "이유를 설명하는 것은 적절치 않으며 이미 여러 언론에 보도로 나타난 바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의 보도에 따르면 열린우리당이 의원직을 정말로 버릴 경우 국고보조금을 받지 못하게 되고, 다가올 총선에서 소속 후보들의 기호배정에서 불리하게 된다. 탄핵안 가결을 '의회 쿠데타'로 규정하고 국회를 보이콧한 당시의 명분에 비해 얼마나 초라하기 그지없는 실리 계산인지, 대체 정치는 무엇을 진심으로, 어디까지를 가식으로 판별해야 할지 헷갈리기만 한다.
몇몇 의원들은 "야당이 16대 국회에서 의원내각제 개헌을 발의할 것"이라고, 또는 "대통령 탄핵까지 한 야당이 어떤 짓을 할지 모른다"고 사퇴철회 이유를 댄다고 한다. 상황에 따라 아무 말이나 둘러대는 해괴한 막말이다. 정말로 그렇게 믿는 사람이 아무도 없을 것이란 점은 그들 스스로 너무 잘 알 것이다. 국민과 여론쯤이야 얼마든지 만들어갈 수 있다는 교만이 아니고서야 이렇게 뻔한 말장난을 공개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인가.
열린우리당은 이제 '새 정치'라는 말은 쓰지 말아야 한다. 허언(虛言)과 식언(食言), 선동의 정치를 몰아내자는 개혁의 시대에 사퇴철회는 그런 구태의 전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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