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청 앞에 있는 광장이 시민 품으로 돌아온다. 2002 한일 월드컵이 열리기 전까지 그 곳이 우리 국민들의 열광적인 에너지가 넘치는 곳이 되리라고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자동차가 차지했던 거리가 사람의 물결로 가득찬 모습은 장관이었고, 자유와 축제를 즐기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그 기쁨의 공간이 이제 시민에게 되돌아오는 것이다. 또한 시청광장 조성은 민주주의와 시민사회를 성숙시키는 데에도 기여할 것이다.서울시는 4월까지 시청광장 조성 공사를 마치고 5월 이곳에서 하이서울페스티벌을 열 계획이다. 시청광장을 시작으로 광화문에서 남대문까지 보행자 중심의 환경을 조성해 이 일대를 인간, 역사, 문화의 중심으로 바꿔나가겠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막상 시청광장 조성계획이 구체화되고 공사가 시작되면서 걱정되는 것이 있다. 현재 안정을 찾아가고 있는 교통 혼잡은 둘째로 치더라도 이 곳이 특정 이익집단에게 점용당하게 될 우려이다. 한 예로 인천시에서 작년 11월 조성한 미관광장의 경우 특정 노동단체에서 이 곳에 두 달 넘게 상주하면서 총력 투쟁을 벌이는 바람에 일반 시민은 가까이 가기 힘든 경우가 있었다.
물론 광장은 누구나 나와 토론하고 축제를 벌일 수 있는 열린 공간이다. 그러나 특정 집단이 점거하고 악용한다면 오히려 시민들은 기피하고 주변 지역은 우범지역으로 될 우려가 있다. 지금도 주변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시민들이 시청 주변에 빈발하는 각종 시위로 인해 불편을 겪고 있다. 모든 시민이 평등하고 자유롭게 즐길 수 있는 기회가 박탈된다면 진정한 광장으로서의 취지를 살리기 힘들 것이다.
서울시는 광장 조성이라는 하드웨어적 측면뿐만 아니라 광장 운영이라는 소프트웨어적인 측면에서도 고민을 해야 한다. 프랑스 파리의 몽마르트 언덕이나 이탈리아 베네치아의 산 마리노 광장처럼 자생적인 문화 프로그램이 자리잡을 때까지 세심하게 가꾸고 관리할 필요가 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광장은 늘 소란스럽고, 쓰레기가 널려 있는 무질서한 공간으로 인식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서울은 지금 자동차가 아니라 사람이 주인이 되는 도시, 광장에 사람이 넘쳐 나고 크고 작은 이벤트가 일어나는 도시가 돼야 한다. 시청광장이 기쁨과 희망과 활력이 넘치는 공간으로 자리잡기를 기대한다.
윤 학 원 서울시의회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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