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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극기 휘날리며" 대규모 피난장면 어떻게 찍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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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극기 휘날리며" 대규모 피난장면 어떻게 찍었나

입력
2004.03.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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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만들어낸 최악의 발명품, 전쟁은 불과 반세기 전 이 땅에도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겼다. 지금이야 텔레비전으로 전쟁이 생중계되는 시대지만, 한국전쟁의 끔찍한 실상은 상상조차 하기 싫었던 대상. 그나마 교과서에 실린 뿌연 흑백사진을 통해서만 어렴풋이 떠올릴 수 있었던 한국전쟁이 강제규 감독의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로 생생하게 부활했다.이 영화의 하이라이트는 몇 차례의 군중 장면(scene). 피난민의 행렬과 말로만 듣던 '인해전술'을 재현한 중공군의 대규모 공격 장면 등은 관객들의 입을 다물지 못하게 한다. 이 같은 장면의 핵심에는 '광학 모션캡쳐(optical motion capture)'라는 첨단 기술이 있다. 컴퓨터로 만들어진 가상 캐릭터에 실제 인물의 동작을 합성해 자연스러운 움직임을 만들어내는 '광학모션캡쳐' 기술은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게임기술지원센터에서 지원했다.

광학식 모션캡쳐

광학 모션캡쳐 이전에 쓰이던 방법은 기계식과 자기식 모션캡쳐다. 기계식은 연기자에게 철제 장치를 장착하고 동작을 잡아내는 방식으로 설치가 간단하고 가격이 싸다. 그러나 장치가 무거워 움직임이 부자연스러우며 뛰어내리거나 격투하는 장면을 잡아내는 데는 한계가 있다. 자기식은 관절에 전자기를 방출하는 작은 센서를 부착하는 방식으로 기계식의 단점을 보완했지만 전자파의 영향을 많이 받아 데이터의 품질이 낮아 널리 쓰이지 못했다.

'태극기 휘날리며'에 쓰인 광학 모션캡쳐는 자기 센서 대신 빛을 쉽게 반사하는 광학 센서를 몸에 부착하는 것. 은가루를 입힌 센서를 몸에 붙이고 적외선 고속 카메라로 촬영한다. 디지털로 저장된 움직임은 컴퓨터 그래픽(CG)으로 만들어진 캐릭터에 합성돼 영화나 게임, 애니메이션에서 관객을 맞는다.

피난 가는 군중 어떻게 찍었을까

피난 가는 군중 장면은 하나로 보이지만 실제로 다섯 개의 장면을 합성한 것이다. 관객에게 가장 가까이 보이는 군중을 제외하면 모두 CG로 전문업체인 '인사이트 비쥬얼'이 제작했다. 가장 먼 곳의 군중과 뿌옇게 보이는 산, 바닥에 쌓인 눈은 모두 그래픽 소프트웨어를 사용해 만들어졌다.

광학 모션캡쳐 기술이 쓰인 부분은 중간쯤에서 걷는 군중이다. 한 명의 배우가 경기 성남시 분당구 야탑동 ETRI 게임기술지원센터를 찾아 다양한 모습으로 걷는 동작을 찍는 것으로 작업이 시작된다. 몸에 부착하는 센서는 33개로 주요 관절 수와 같다.

다음 단계는 컴퓨터 그래픽으로 만들어진 군중에 배우가 연기한 화면을 합성하는 것. 수천명의 군중을 컴퓨터 그래픽으로 만들어 놓고 모션캡쳐 기술로 촬영한 동작을 군중에게 무작위로 적용하면 느릿하게 움직이는 피난민 행렬이 만들어진다. 중공군 공격이나 피난열차에 오르려는 군중들도 같은 방법으로 제작했다.

/김신영기자 ddalg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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