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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생각 저 생각/"여보, 회갑땐 신혼여행 꼭 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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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생각 저 생각/"여보, 회갑땐 신혼여행 꼭 갑시다"

입력
2004.03.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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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이 화살처럼 빠르다는 말을 실감하는 요즘이다. 나는 3년 후면 회갑을 맞는다. 결혼 생활을 한 지는 어언 30여년. 세 딸 가운데 첫째는 외손자를 낳았고 둘째도 다음 달 출산을 앞두고 있다. 막내 딸은 대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이다.능력이 없는 내가 이처럼 자식 농사에 성공한 것은 전적으로 아내 덕분이다. 아내는 내가 이런저런 실수를 해도 묵묵히 참고 견뎌 주었다.

나의 가장 큰 실수는 신혼 여행을 가지 못한 것이다. 30여년 전 우리는 교장 선생님 중매로 만나 결혼을 약속했다. 결혼식은 고향인 전남 함평군 학교면에서 치르고 신혼여행지는 불국사가 있는 경주로 정했다. 결혼식을 며칠 앞두고 나는 야간 열차를 타고 학교면으로 향했다. 나는 아예 결혼 예복을 입고 열차에 탔는데 혹시나 양복이 구겨지지 않을까 여간 신경이 쓰이는 게 아니었다. 그래서 상의를 창가 옷걸이에 곱게 걸어 놓았다.

목적지를 몇 정거장 남겨 놓을 무렵 나는 화장실에 가고 싶었다. 자리에서 일어서다가 순간적으로 창가에 걸어 놓은 상의가 보였다. 입고 갈까 그냥 갈까…. 짧은 시간이었지만 망설이다가 "뭐 별 일이 있겠어"하는 생각에 그냥 화장실에 다녀왔다. 갖다 와서 혹시나 해서 지갑을 열어 보니 아니나 다를까 신혼 여행에 쓰려고 넣어둔 20만원이 감쪽같이 사라졌다. 세상이 노랗게 보였다.

나는 형님 댁까지 10리 길을 걸으면서 얼마나 나 자신을 원망했는지 모른다. 결국 우리 부부는 신혼여행을 가지 못했다. 아내에게 얼마나 미안했는지 모른다. 3년 내에 신혼여행을 가는 것으로 약속을 했으나 그것마저 지키지 못했다.

아내는 이런 칠칠치 못한 남편을 아무 불평 없이 지켜 왔다. 아내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회갑 때는 반드시 신혼여행을 가자고 뒤늦게 다짐해 본다.

/천양욱·서울 중구 을지로6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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