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 탄핵심판의 사건번호는 '2004 헌나1' 이다. 2004는 사건이 접수된 올해가 2004년이기 때문이고, '헌'은 헌법재판소 사건임을, '나'는 탄핵심판을 의미한다. '1'은 올해 헌법재판소에 접수된 첫 번째 탄핵심판임을 말한다. 올해뿐 아니라 1987년 새 헌법에 따라 헌재가 탄생한 뒤 탄핵심판은 처음이다. 헌재는 위헌법률 심판제청사건은 '가', 헌법소원은 '마'와 '바'로 표시한다. 헌재 출범 후 '나'로 분류되는 첫 사건이 바로 노 대통령 탄핵심판이다.■ 헌법은 국회가 탄핵소추 할 수 있는 공무원을 한정해 놓고 있다. 대통령 국무총리 국무위원 행정각부의 장 헌법재판소 재판관 법관 중앙선거관리위원 감사원장 감사위원과 기타 법률이 정한 공무원으로 돼 있다. 하나같이 중요직책에 있는 공직자들이다. 탄핵소추는 3권 분립의 기본인 견제와 균형의 원칙에서 입법부인 국회가 행정부와 사법부를 견제하는 주요 수단이다. 탄핵발의와 소추는 국회만이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헌재가 최종 심판을 하지만 소추가 없으면 심판을 할 수 없어, 적극적 권한으로 볼 수 없다. 헌법이 탄핵사유를 직무집행에 있어 헌법이나 법률에 위배한 때로 엄격히 제한하고 있는 것도 국회의 남용 소지를 없애기 위해서다.
■ 탄핵이 가능한 수 많은 공직자 중에서 탄핵발의와 요건이 제일 엄격한 대통령이 1호를 기록한 것은 아이러니다. 헌법 65조 2항은 일반공직자는 재적 3분의 1 발의에 과반수의 찬성이 있으면 소추가 의결되지만, 대통령에 대해서 만큼은 재적과반수 발의에 3분의 2 이상 찬성을 얻도록 하고 있다. 노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 사유의 타당성 여부와 국회의 의결이 국민여론을 제대로 반영했느냐 하는 문제와는 별개로, 노 대통령 탄핵심판 건은 이제 '2004 헌나1'이다. 법 앞에 만인이 평등하다는 지극히 당연한 원칙아래 헌재가 엄정한 심판을 하면 된다.
■ 헌법교과서에나 있는 것으로 알았던 대통령 탄핵소추는 엄연한 현실로 우리에게 다가와 있다. 국회의 탄핵소추 의결 후 들끓던 민심도 차분함을 되찾아 가는 모습이다. 헌재는 사안의 중요성을 감안, 재판을 조기에 종결하기 위해 심리를 빨리 진행하는 집중심리제 적용을 검토하고 있다. 대통령 탄핵이라는 미증유의 사태는 우리가 대응하기에 따라 국민의 법의식과 사회수준을 한단계 높일 수도 있다. 이를 위해서는 일상으로 돌아가 자기 일을 하면서 헌재의 심판과정을 냉정하게 지켜보면 된다. '2004 헌나1'은 우리를 또 다시 시험대에 서게 하고 있다.
/이병규 논설위원 veroic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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