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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戰 1주년 각국 표정/"반전" 깃발 나부낄 때 "동맹" 깃발 앞세운 부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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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戰 1주년 각국 표정/"반전" 깃발 나부낄 때 "동맹" 깃발 앞세운 부시

입력
2004.03.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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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개전 1주년을 맞은 20일 전세계에서는 수백만이 거리로 나와 반전시위의 물결을 이뤘다. 미국에서는 뉴욕 10만 명을 비롯, 250개 주요 도시에서 전쟁반대 집회가 잇따랐다. 영국에선 전국 75개 도시로부터 런던으로 집결한 수십만 시위대가 도심 하이드 파크에서 트라팔가 광장까지 도보행진을 벌였다.주요 언론들은 "이라크 전쟁은 세계를 더욱 위험에 빠뜨렸고 세계를 갈등과 대결로 분열시켰다"는 특집기사를 내보냈다. 그러나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이날 라디오 주례연설에서 "이라크전은 이라크인과 미국인, 전세계를 위한 현명한 처사였다"며 "후세인 축출로 자유와 희망을 가져왔다"고 전쟁 정당성을 주장했다.

'테러리스트 부시'구호로 뒤덮인 서방 반전물결

미국 영국 호주 등 주요 참전국가에서는 이라크전을 감행한 정치권을 비난하는 원색적 구호가 거리를 휩쓸었다. 런던에서는 '부시, 세계 넘버 원 테러리스트'라는 문구가 등장했고 호주 시드니에선 "존 하워드 총리 하야"를 외치는 목소리가 높았다. 뉴욕의 한 시민은 군복 입은 아들 사진과 '부시, 당신이 내 아들을 죽였다'고 쓴 플래카드를 들고 거리에 나섰다.

마드리드 열차폭탄 테러로 200명 이상이 숨진 스페인의 경우 바르셀로나 20만 명, 마드리드 10만 명 등 전국 각지에서 수십만 명이 모여 희생자들을 추모하며 반전시위를 벌였다. 이탈리아에선 반전시위에 유럽 최대규모인 200만 명이 운집했다.

이라크는 차분한 분위기

전 세계에서 반전시위가 고조된 이날 정작 이라크 국민들 사이에선 별 동요가 없었다. 국민 대부분은 개전 1주년보다는 후세인 정권 붕괴에 더 큰 의미를 부여했다. 바그다드의 한 전직 공무원은 "아무것도 가져온 것 없는 전쟁 대신 후세인이 몰락한 4월 9일을 기억하겠다"고 말했다.

반면 아랍권에서는 반전·반미 구호속에 미국과 이스라엘을 상대로 한 지하드(성전)를 촉구하는 시위가 하루종일 계속됐다. 이집트 카이로의 타흐리르(해방) 광장에는 2,000여 명의 시위대가 '대량살상무기 없는 이라크 민간인 2만 명을 죽인 것이 부시의 민주주의'라고 쓴 대형깃발을 흔들었다. 이들은 최근 선거에서 패배한 호세 마리아 아스나르 스페인 총리에 빗대 "부시와 블레어는 아스나르의 전철을 밟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요르단 바레인 예멘 시리아 등에서도 각종 집회가 잇따랐다.

비판 강도 더해진 유력 언론들

미국 뉴욕타임스는 이날 "후세인이 이빠진 호랑이였다는 것을 당시에 알았다면 이라크전은 일어나지 않았을 수 있다"며 "미국은 대량살상무기뿐 아니라 9·11 테러에 대해서도 이라크 관련 증거를 과장했다"고 비판했다. 반전신문인 영국의 인디펜던트는 1면 전면을 할애하면서 이라크전을 "일어나지 말았어야 할 전쟁"으로 규정했다.

반면 전쟁을 지지했던 영국 데일리 메일, 데일리 텔레그라프 등은 침묵으로 일관했다. 다만 대표적 보수지인 미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라크인들이 전쟁 이후 상황에 낙관적이라는 한 여론조사를 인용한 뒤 "미국 젊은이들의 희생을 헛되이 하지 않는 최선의 길은 이라크에 민주주의를 정착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황유석기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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