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철회론 내홍 수도권 전멸 위기감에 공론화한나라당이 탄핵 역풍 속에 난파선처럼 흔들리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 전패론이 현실화하고 있는 수도권 지역의 출마자들이 '탄핵철회론' 을 공론화하고 나섰다. 이에 대해 지도부와 영남권 의원들은 "탄핵 철회를 주장하려면 당을 떠나라"며 맞서고 있다. 위기를 맞아 두 집단의 이해가 첨예하게 충돌하기 시작한 것이다. 탄핵 역풍의 외우(外憂)에다 해법을 둘러싼 내환(內患)마저 겹쳐지는 양상이다.
21일 밤 열린 KBS 대표 경선 후보 합동토론회에서도 탄핵철회를 두고 후보들간에 갑론을박이 오갔다. 김문수 의원은 "우리가 통과시킨 탄핵안에 대해 국민 절대다수가 반대하고 있다"며 "국민이야 말로 최고의 권력인 만큼 국민의 뜻을 따르는 정당이 되기 위해 내가 대표가 되면 바로 탄핵철회를 검토해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홍사덕 의원은 "탄핵철회 주장은 정치인으로서 도리도 아니고 세상 살아가는 이치에도 어긋나는 일"이라며 "이제는 조용히 헌법재판소의 판결을 기다려야 한다"고 맞받았다. 박근혜 의원도 "탄핵철회를 거론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밝혔고, 박진 의원도 "탄핵 철회는 우리 자신을 더 욕되게 해 당을 더 주저앉게 만들 뿐"이라며 반대했다. 권오을 의원도 철회 주장에 반대했다.
김문수 의원이 앞장서고 수도권 소장파들이 뒤를 받치는 탄핵철회론은 "이대로 가면 수도권은 전멸한다"는 절박한 위기의식의 반영이다. 21일 본보 여론조사에서는 한나라당이 서울 강남과 경기 고양 등 강세지역은 물론, 텃밭 영남에서도 열린우리당에 1위를 내줬다. 서울지역 20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20일 KBS여론조사에서도 한나라당은 단 한군데서도 이기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뭐라도 해야 한다"는 절박감이 모든 사태의 근원인 탄핵을 원점으로 돌려야 한다는 주장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장광근 의원은 "법적인 절차가 없다면 정치적으로 탄핵 철회를 하면 되지 않느냐"며 "이대로 그냥 가면 문제가 더 심각해진다"고 말했다. 김용수 후보는 "국민들에게 해원(解怨)의 기회를 줘야 한다"고 거들었다. 여의도 둔치에 천막 당사를 설치한 남경필 권영세 의원, 김용수 고진화 은진수 후보 등 수도권 원내외 후보 27명도 이날 성명을 내고 "국민여론과 사회각계 원로의 의견을 수렴해 탄핵안을 처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명시하진 않았지만 사실상의 탄핵 철회론인 셈이다. 이런 와중에 마포을 공천을 받았던 이신범 전 의원은 이날 "기득권을 지키려고 변화와 혁신을 원천적으로 가로막는 당은 국민의 버림을 받을 수 밖에 없다"며 탈당을 선언했다.
하지만 당 지도부와 영남권 의원들은 "일주일만에 후회할 일을 했다는 비난이 쏟아지면서 결국 당을 두 번 죽일 것"이라며 반대의 뜻을 분명히 했다. 최병렬 대표는 "철회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당을 더 이상 궁지로 몰지 말고 당을 떠나라"며 "옳은 일을 한만큼 국민들을 설득해 정면돌파하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탄핵철회론이 내부 균열만 노정시켜 놓고 있는 셈이다.
/이동훈기자 dhlee@hk.co.kr
■趙대표 거취 촉각 "黨에 도움 된다면 물러나겠다"
민주당이 22일 오후 8시 긴급 중앙위원회를 소집, 비대위 구성 여부 및 당내 소장파 의원들이 제기하고 있는 당 지도부 퇴진 문제 등을 논의키로 해 주목된다. 특히 당내에 조순형 대표 2선 후퇴 및 지도부 퇴진론이 비등하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조 대표 등 당 지도부가 재신임 여부를 물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조 대표는 21일 밤에 열린 상임중앙위원회에서 "내가 사퇴하는 게 당에 도움이 된다면 사퇴하겠다"고 말해 사실상 재신임을 물을 것임을 내비쳤다.
그러나 당권파들은 여전히 "조 대표가 물러서선 안된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아 중앙위원회에서 소장파와 당권파간의 첨예한 갈등이 예상된다. 유용태 원내 대표는 "당내 의견이 분분해 의견 수렴 절차를 거치지 않을 수 없다"면서 "만약 조 대표의 재신임을 묻는 다면 조 대표에게 힘을 실어주는 쪽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이날 심야 상임중앙위원회에선 또 당무권한까지 넘겨받는 비상대책위를 구성해야 한다는 의견과 선대위 체제를 두고 난상토론이 이어졌으나 결론을 내리진 못했다. 상임위원직을 사퇴한 추미애 의원과 소장파 의원들이 비대위 구성을 주장하고 있어 비대위 쪽에 무게가 실려가는 분위기다.
이에 앞서 설훈 정범구 의원은 성명서를 내고 "조순형 대표와 지도부는 민의를 제대로 읽지 못하고, 국민과 맞서려 하고 있다"며 거듭 지도부 퇴진론을 주장했다. 설 의원은 탄핵철회를 요구하며 삭발 단식농성에 들어가기로 했다. 또 조성준 의원의 탈당에 이어 박인상 의원도 이날 "국민의 준엄한 비판을 겸허하게 받아들인다"고 정계 은퇴를 선언했다.
설상가상으로 소장파 의원과 수도권 공천후보들 사이에선 각각 '탈당'과 '공천 반납' 등 중대결심설마저 공공연하게 흘러나오고 있다. 이낙연 전갑길 김효석 이정일 의원 등도 20일 조 대표를 만나 "역사에선 평가를 받을지 모르나 당장 당이 공중분해되면 무슨 소용이냐"며 추 의원에게 전권을 줄 것을 권고했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민주당은 당초 22일 선대위를 발족하려 했으나 추미애 의원의 돌연한 상임위원직 사퇴 여파로 이날 선대위 출범과 공천자 대회를 연기했다.
/이진동기자 jayd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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