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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을 이기는 기업/한국야쿠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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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을 이기는 기업/한국야쿠르트

입력
2004.03.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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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야쿠르트가 2000년 9월 내놓은 '헬리코박터 프로젝트 윌'은 '장'건강을 위한 음료였던 발효유(요구르트)의 영역을 '위'까지 넓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윌의 가장 큰 장점은 위장 질환을 일으키는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을 억제하는 기능을 가진 발효유를 추가한데 있다. 이로인해 발효유를 통해 장건강 뿐만 아니라 위의 건강까지 챙길 수 있다는 점이 부각돼 윌은 출시되자마자 대박을 터뜨렸다. 불황 여파로 대표적 건강식품인 발효유시장도 크게 위축되고 있지만 윌은 건강을 챙기는 현대인의 소비 성향에 부합하면서 연간 2,200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한국야쿠르트가 지속적인 성장을 하는데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는 셈이다. 이 회사 전략마케팅팀 오재문 이사는 "윌은 비싼 값(150㎖, 1,000원)에도 불구하고 하루 평균 80만개가 팔릴 정도로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다"고 말했다. 야쿠르트의 간판상품으로 각광받는 윌과 같은 주력 제품들의 활약과 더불어 1만2,000여명의 야쿠르트 아줌마들의 친절함과 서비스정신이야말로 이 회사가 불황을 잊고 사는 비결인 것이다.한국야쿠르트는 1969년 창사이래 발효유업계의 지존 자리를 한번도 내준 적이 없다. 외환 위기 때를 제외하고는 40%대 시장 점유율을 고수하고 있다. 지난해 전체 매출은 전년보다 3% 신장한 8,650억원을 달성했다.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도 각각 980억, 690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지난해는 발효유 부문에서 5,550억원의 매출을 올려 발효유 업계 전체 매출액의 41.5%를 차지했다. 회사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무려 63.8%에 이른다.

최고 제품만 살아남는다

71년 국내 최초로 유산균 발효유 '65쭬 야쿠르트'를 선보인 한국야쿠르트는 신제품 개발에서 남다른 두각을 나타냈다. 90년대 중반 원유(原乳)에 유산균을 발효시킨 신제품 '메치니코프'를 출시한데 이어 2000년엔 위염·위궤양의 원인균인 헬리코박터균을 억제하는 유산균을 담은 '헬리코박터 프로젝트 윌'을 내놓았다. 이 제품이 탄생한 데에는 '불황 파고를 극복하는 가장 중요한 힘은 최고의 제품력'이란 점을 강조한 김순무 사장의 독려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32년간 한국야쿠르트에서 잔뼈가 굵은 김 사장은 최고의 제품력에 대한 소비자들의 신뢰가 지속적으로 높아지는 만큼 결국 1위 제품만이 살아 남는다는 점을 경영의 제1원칙으로 삼고 있다.

시장 포화상태라고 여겨졌던 국내 발효유시장에서 2000년 9월 첫 선을 보인 위장보호 야쿠르트 '윌'이 크게 히트한 것도 이런 원칙을 충실히 지킨데 힘입은 것이다. 3년여의 개발 과정을 거친 윌은 유산균, 면역난황, 차조기 엑기스 등을 함유, 위질환의 원인균인 헬리코박터균의 억제능력이 탁월한 것으로 임상실험 결과 밝혀졌다. 그러나 시제품이 나온 뒤 기능성은 뛰어나지만 맛이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사내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김 사장은 제품 출시 시기를 미루고 4개월에 걸쳐 직접 연구원들과 밤을 세워가며 해결책을 모색, 발효유 시장 판도를 뒤바꾸는 결과물을 내놓을 수 있었다는 게 회사측의 설명이다.

75년에 설립된 이 회사 중앙연구소는 신제품 개발의 산실이다. 석·박사 학위자 50여명으로 구성된 이 연구소는 97년 한국형 유산균을 개발, 수입에만 의존하던 유산균을 국산화하는 개가를 올렸다.

불우이웃돕기에도 앞장

제품 개발력과 함께 1만2,000여명에 이르는 야쿠르트 아줌마 군단의 조직력도 한국 야쿠르트 성장의 원동력이다. 매일 고객을 직접 만나 제품을 판매하는 독특한 영업력이 안정성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71년 5월 처음 출발할 당시 47명에 불과했던 아줌마 군단은 30여년만에 255배인 1만2,000명으로 늘어났다. 이 가운데 25%에 가까운 2,985명이 10년이상 근속자다. 서울 선릉직매소 조경자팀장은 "야쿠르트 아줌마 조직의 최대 강점은 일반 가정이나 사무실로 매일 고객을 찾아가 쌓아온 '심리적 유대감'에 있다"며 "대부분 맡은 구역 주민들과 이웃처럼 지내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아침에 노란 유니폼을 입고 가정과 직장을 방문하는 야쿠르트 아줌마들을 건강을 배달해주는 '천사'라고 부른다.

회사측의 아줌마들에 대한 정성도 남다르다. 기업들이 투자를 줄이던 99년 3월 본사 3층에 '친절 아카데미' 교실을 열고, 매일 아줌마들을 대상으로 친절교육을 실시했다. 교육은 전화를 친절하게 받는 방법과 인사를 잘하는 법, 상대방이 기분좋게 느끼는 인사 등에 집중됐다. 서울을 시작으로 2001년 부산에, 지난해는 대전에 아카데미를 설치했다. 전국 1만2,000여명의 야쿠르트 아줌마들과 임직원들은 모두 1년에 2번씩 이런 친절 서비스 교육을 받는다.

이 같은 교육 강화는 어려울 때일수록 직원교육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 하며, '친절'만이 불황을 타개할 수 있는 대안이라고 판단한 경영진의 의지에서 비롯됐다.

이와 함께 '고객과 함께 나누는 회사'가 되기 위해 75년부터 직원 급여의 1%씩을 갹출, 이웃을 돕는 사랑의 손길펴기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무의탁 노인을 매일 방문해 제품을 전달하고 건강을 체크하는 활동도 벌이고 있다.

김 사장은 "그동안 축적된 기술을 바탕으로 고객들의 생명을 연장시킬 수 있는 윌과 같은 제품을 꾸준히 만들어 세계적인 식품회사로 육성할 계획"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김혁기자 hyukk@hk.co.kr

■ 어떤 회사

한국야쿠르트는 유산균에 대한 인식이 전무하던 1969년 '건강사회 건설'이라는 창업이념을 바탕으로 우리나라에 건강음료 유산균 발효유를 처음 소개한 발효유 전문회사이다.

71년부터 유산균 발효유 '65쭬 야쿠르트'를 본격적으로 판매하기 시작해 현재 발효유 시장의 4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이후 라면사업(83년), 스낵사업(86년), 음료사업(95년), 생수사업(96년)에까지 진출했다. 현재1만 2,000여명의 야쿠르트 아줌마들이 고객을 직접 찾는 방문판매 방식을 바탕으로 유산균 발효유 시장에서 선두자리를 지키고 있다. 대표적인 상품은 2000년 9월 출시된 위 건강발효유 '헬리코박터 프로젝트 윌'. 최근에는 바이러스성 설사 예방 기능을 하는 면역항체와 유산균을 첨가해 기능성을 대폭 향상시킨 신제품을 선보였다.

윌 외에도 메치니코프, 65㎖ 야쿠르트, 에이스 등 매출 1,000억대를 넘어서는 제품들이 많이 있다. 특히 65㎖ 야쿠르트는 하루에 250만개 이상이 판매되는 장수상품이다. 윌이 현재의 한국야쿠르트를 성장시키는 견인차라면 야쿠르트는 지금의 한국야쿠르트를 만든 대들보 역할을 한 셈이다. 회사측은 올해도 발효유 부문에서 다양한 기능성을 가진 신제품 출시로 지속적인 성장을 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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