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해외에 거주하고 있는 한국인 교포는 170여개국에 걸쳐 700만 명이 넘는다. 이 중 사할린,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중국 등에서 고려인 혹은 조선족이라는 이름으로 살고 있는 동포는 우리 기억 속에 한 장의 흑백 사진처럼 박제된 채 힘겹게 살아가고 있다.흑백사진과 함께하는 휴먼 다큐멘터리 '포토에세이 사람'(MBC 오전 10시50분)은 22일부터 5월4일까지 사할린, 중앙아시아, 중국에 살고 있는 한인들의 생활을 카메라에 담는다. 다음달 6일까지 방송하는 1편 '사할린의 한인들'에 등장하는 이들의 삶만 봐도 우리의 아픈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사할린의 탄광촌 브이코프에 살고 있는 93세의 김옥지 할머니는 탄광촌에서 최고령이다. 일제 시대 강제 징용으로 끌려와 정착한 할머니는 평생 고향을 그리며 살았다. 사할린 '청춘예술단'의 단장인 김부자씨는 한인 3세들이 한국문화를 잊지 않도록 한국의 대중 음악과 민요를 가르친다. 구 소련 시절 공산당원이나 드나들 수 있던 큰 종합병원의 유일한 한인 의사인 박추자씨는 사업차 사할린을 찾은 한인들을 치료해 줄 때 가장 기쁘다.
특히 사할린편의 사진은 일본인 사진 작가 미쯔오 가타야먀씨와 한국어 신문인 새고려신문사에서 사진 기자로 활동하는 이예식씨가 함께 작업했다. 중국에서 문화혁명을 목격한 것을 계기로 포토 저널리스트의 길에 들어선 미쯔오씨는 1999년부터 사할린의 한인들에게 관심을 가지고 그들의 삶을 흑백 영상에 담기 시작했다.
"식민지 지배를 통해 한국인들에게 고통을 준 일본인의 한 사람으로서 죄스럽다"는 그는 "사죄하고 싶은 마음에 사할린의 한인을 찍기 시작했다"고 말한다. 그는 사진전, 사진집과 달력 발간 등의 수익금을 사할린 한인사회를 위해 기부하고 있다.
/최지향기자 mis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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