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오후 1시 서울 세종로 국립중앙박물관 지하1층 회화실. 조선 후기 서화가 조희룡(1789∼1866)의 작품 '홍백매(紅白梅)' 앞에 관람객 80여명이 몰려들었다. 국립중앙박물관 큐레이터 유옥경 학예연구관이 관람객 앞에 섰다. "단원 김홍도의 풍속화첩을 보면 이런 그림이 있습니다. 여러 사람이 그림 한 점을 둘러싸고 감상하는데 한 선비는 부채로 입을 가리고 있죠. 왜 그랬을까요?"국립중앙박물관이 6일부터 시작한 '박물관 토요 명품 감상―큐레이터와의 대화'. 매주 토요일 관람객을 위해 전시 유물 가운데 금속공예, 고려자기, 회화, 서예, 조선자기(분청·백자), 불교조각, 야외석조미술 등 주제별 대표작을 선정해 박물관 미술부 소속 전문 큐레이터들이 설명하는 프로그램이다. 박물관 큐레이터가 직접 전시품을 소개하고 의견을 나누기는 처음으로, 보다 전문적 소개를 통해 깊이 있는 유물 감상이 이뤄지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당초 참가인원을 30명 정도로 예상했던 박물관측은 기대보다 높은 호응에 매번 감상반을 추가 편성하고 있다. 세번째 시간인 이날도 관람객 150명이 몰려 '회화'반 외에 '금속공예' '불교조각'반을 긴급 편성했다.
유 연구관이 조선시대 회화의 시대별 특징, 추사 김정희(1786∼1856)와 조희룡의 사제관계 및 조희룡의 업적, 작품 특징 등을 설명하자 20대부터 장·노년층까지 다양한 계층의 관람객들도 한마디라도 놓치지 않으려는 듯 노트와 펜을 꺼내 들고 받아 적기 시작했다. "조선시대 선비들이 매화를 즐겨 그린 이유는 무얼까요. 추위를 이겨내는 절개, 봄을 알리는 전령사와 같은 매화의 특성에 반했기 때문이겠죠. 그림을 보세요. 조희룡의 매화 그림은 줄기 내부는 먹을 채우지 않고 비워놓고 그 주변에 농묵으로 툭툭 쳐가는 게 특징적이에요."
의자가 없어 바닥에 주저앉아야 하는 불편함에도 관람객들의 태도는 시종일관 진지했다. 질문도 다양했다."매화 줄기는 고목인데 꽃이 만개합니다. 사실 이런 매화나무는 보기 어렵습니다. 작가의 특징입니까 아니면 시대적 특성입니까?" "제발(題跋)은 조희룡이 쓴 게 맞습니까?"지금까지 3차례 모두 참가했다는 문정주(64·서울 마포구 서교동)씨는 1시간여의 설명이 끝난 뒤 유 연구관에게 다가가 "안견, 정선, 김홍도처럼 일반인들도 잘 알고 있는 화가의 대표작부터 소개하면 더 좋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황혜경(23·홍익대 시각디자인과 휴학)씨는 "박물관에서 전문가가 전시품을 직접 소개하는 시간이 있다고 해서 일부러 찾아왔다"며 "작품의 배경 등을 알고 나니 더욱 재미있고 세심하게 보게 된다"고 말했다. '박물관 토요 명품 감상'은 국립중앙박물관이 용산 이전 준비를 위해 폐관하기 직전인 10월16일까지 이어진다.
/문향란기자 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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