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이툰부대 선발대 1진의 출국(4월7일)을 불과 보름 남짓 앞두고 파병지가 전격 변경된 이유는 재건 및 대민 지원 중심의 '햇볕정책'을 강조한 한국군과 대대적인 공세작전을 내세운 미군간의 견해 차이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극심한 찬반대립 등 우여곡절 끝에 한국군의 파병이 결정된 후 비교적 순조롭게 진행되던 파병계획이 어긋나기 시작한 것은 키르쿠크 치안상황이 급격히 악화하기 시작하면서부터. 미군이 적대세력의 거점이었던 바그다드 등 수니 삼각지대에 대한 공세작전을 강화하면서 게릴라 형태의 반군이 산맥을 따라 북부로 이동했다.
결국 미국은 공세작전의 지속 수행을 위해 최근 173공정여단과 교체한 25사단 2여단 병력 일부를 키르쿠크 곳곳에 잔류 시키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국방부는 한국군의 무장을 강화한 후 미군과 공세작전을 공동 수행하는 방안 위험도가 가장 높은 키르쿠크주 내 하위자를 미군에 넘기는 방안 비교적 안전한 제3의 장소로 옮기는 방안 등을 종합 검토해오다 부대원 안전이라는 원칙을 중시, 마지막 방안을 선택했다.
파병시기와 관련, 국방부는 이미 부대원 선발이 끝났고 파병교육도 마무리 단계여서 지역만 결정되면 최단시간 내에 파병할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규모 축소 가능성에 대해 김장수 합참 작전본부장은 "지역에 따라 융통성은 있겠지만 파병부대의 사기가 높고 팀워크도 완성돼가기 때문에 현 편성을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 하다"며 "큰 흐름은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방부는 협상일정을 감안, 5월 중순이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유력한 대체 후보지인 나자프로 결정될 경우 스페인의 철군계획이 6월로 잡혀있고 1개월 정도의 인수인계기간이 필요한 점을 고려하면 파병은 아무리 늦어도 5월말을 넘기지 말아야 한다.
지난달 13일 국회를 통과한 파병 동의안은 파병지에 대해 '이라크 일정지역'이라고 규정, 별도의 국회 동의절차는 필요하지 않다.
그러나 파병 전반에 별다른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국방부의 설명과 달리 정보수집에서부터 교육, 병력 재조정 등 파병계획 전반에 대한 조정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파병을 둘러싸고 국내에서 찬반대립이 재연될 경우 조기파병은 어려워진다. 총선이 끝난 뒤 파병지가 결정된다면 파병시기는 6월 이후로 넘어갈 것으로 보인다. 전역 6개월 이상을 남겨둔 장병을 상대로 지원을 받았는데 일정이 늦어지면서 일부 교체가 필요하고, 키르쿠크의 주요 농산품인 올리브(현지어로 자이툰)에서 착안한 부대이름을 바꿔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주장도 있다.
한편 이번 협상 과정에서 한미간 갈등이 불거졌다는 의혹에 대해 김 본부장은 "동맹관계가 확고하기 때문에 미군과 허심탄회한 얘기를 할 수 있었고, 지역 조정도 자연스럽게 얘기한 것"이라고 일축했다. 이와 함께 국방부가 지난해 12월 비교적 안전한 곳이라며 키르쿠크를 파병지로 정해놓고 이제 와서 안전 등을 이유로 주둔지 교체를 미군과 합의한 데 대해 정보수집 능력의 한계를 드러낸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김정호기자 azu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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