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다오 지음·한정은 옮김 해냄 발행·1만5,000원
상업의 나라 중국에서도 호설암(胡雪岩·1823∼1885)은 최고의 상인으로 꼽힌다. 19세기말 청의 상계(商界)를 주름잡은 최고의 갑부로 후대의 경영자와 상인들로부터 '상성(商聖)'이라는 칭호를 받았다. 중국 저술가 증다오(曾道)가 쓴 '장사의 신 호설암'은 그의 전기이자 경영서이다.
미천한 집안에서 태어난 호설암은 아버지가 일찍 죽는 바람에 어린 나이에 전장(錢庄·사설금융기관)에 들어갔다. 똥오줌을 치우고 마루를 닦았지만 부지런하고 총명해 금방 수금 직원이 됐다. 그 뒤 직접 전장을 차리고 약재를 거래했으며 생사 유통, 군수품 조달에 뛰어들어 당대 최고의 상인이 된다. 청 조정은 상인으로는 전무후무하게 그에게 1품 관직을 내렸다.
호설암은 신용과 성실성을 바탕으로 상대의 마음을 읽고 시장 흐름과 정세를 파악했다. 치밀한 계산과 열정은 물론 관용의 정신이 있었고, 선행도 베풀었다. 책에서 특히 눈여겨볼 대목은 그의 인간관계다. 친구에게 돈을 빌리고 감사의 뜻에서 어머니로부터 받은 팔찌를 준 적이 있다. 그는 나중에 돈을 갚았지만 "정은 아직 갚지 못했다"며 팔찌를 받지 않았다. 그 친구가 사기를 당해 어려움에 처하자 호설암은 그를 구해주고 그제서야 팔찌를 받았다. 그가 최고의 부자가 된 것은 상술뿐 아니라 인정까지 갖췄기 때문이다. 중국의 문호 루쉰(魯迅)은 그를 "중국 최후의 상인"이라고 표현했다.
/박광희기자 kh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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