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1주일이 지나 민주당에 남은 것은 지도부와 당 밑바닥 여론의 괴리, 조순형 대표의 끝없는 결기와 강기로 요약된다.조 대표는 19일 "비굴하게 해명하거나 책임을 전가하고 회피해선 안 된다"며 "죽어도 한 번 죽어야 하고, 그것도 당당히 서서 죽어야 한다"고 탄핵정국 정면 돌파 방침을 재확인했다.
그는 "탄핵 소추에 참여한 의원들은 거대한 반대 여론이 있어도 확신을 갖고 탄핵의 정당성과 불가피성을 의연하게 외쳐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탄핵에 찬성한 자민련이나 무소속 의원들은 우리보다 더 어렵게 탄핵정국을 헤쳐 나가고 있다"면서 "협조를 요청한 우리가 흔들리는 모습을 보여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당 밑바닥에선 여전히 지도부 용퇴론, 조 대표 2선 후퇴론이 터져 나오고 있다. 조 대표의 결기만으로 내부 동요를 막을 수 있을지 의문이 들 정도로 상황은 나빠져 있다.
조 대표는 "김종인 손봉숙씨는 침몰하는 배에 기꺼이 탄 것"이라며 '구원투수'들의 등장을 내세웠지만 이들의 가세가 얼마나 약효가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는 노릇이다.
민주당은 22일 조 대표·추미애 상임위원의 투톱 체제로 총선 선대위를 발족하고, 공천장을 수여함으로써 총선체제에 돌입한다는 방침이지만 앞길은 험난해 보인다.
/이진동기자 jaydlee@hk.co.kr.
"이제 허허벌판으로 나가 우리의 목소리를 직접 국민에게 전할 것입니다."
노무현 대통령 탄핵 1주일째를 맞은 19일, 한나라당 원내외 소장파들이 여의도 당사를 박차고 '천막 당사'를 열었다. 탄핵 역풍이 분 지 1주일이 지났건만 당 지도부와 대표 경선 후보들이 뚜렷한 대안을 제시하지 못한 데 대한 위기감의 발로이자, 나름의 자구책이었다.
남경필 권영세 의원과 수도권에서 공천을 받은 20여명의 원외 후보들은 이날 저녁 7시께 여의도 국회 옆 샛강 둔치 한켠에 "호화 당사를 버리고 천막에서 새로운 한나라당을 다시 시작하자"며 '천막 당사'를 쳤다. 이에 동참한 은진수 대변인은 "단순히 총선 위기 국면 돌파용이 아니라, 이번 선거가 친노·반노, 탄핵·반탄핵의 왜곡된 구조로 가는 것을 걱정하고 나라의 미래를 생각하기 위해 만든 자리"라며 "호화 당사를 떠나 새로운 지도부가 이 천막에서 함께 미래를 열어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소장파들은 이날 천막 안 석유 난로 주변에 모여 앉아 '새로운 대표는 누가 돼야 하는가', '왜곡된 탄핵정국을 어떻게 돌파할까', '한나라당을 어떻게 근본적으로 변화시킬까' 등을 놓고 밤늦게까지 치열한 토론을 벌였다.
당 일각에서는 "수도권 선거에서 불안감을 느낀 후보들의 이벤트", "소장파들의 뜻은 이해하지만, 당내 분란으로 비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그러나 소장파들은 "새로운 당 대표가 선출되는 23일까지 매일 천막에서 토론을 벌이고, 새 지도부도 이 곳에서 당무를 보도록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천막 모임에는 권영세 남경필 의원과 박종운 은진수 정태근 고진화 김용수 홍희곤 서장은 임해규 권영진 조희천 정용대씨 등이 참석했다.
/이동훈기자 dhlee@hk.co.kr
탄핵 1주일 시점에서 열린우리당의 주관심은 '내부 기강 잡기'이다. 19일 비리연루자 공천 배제와 경선 탈락자 재공천 불가 방침을 새삼 천명한 것은 이 차원에서이다.
탄핵 이후 지지율이 급등하면서 공천 잡음이 불거지는 등 도덕적 해이의 기미가 완연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천정배 클린선거위원장은 이날 "선거법 위반 등으로 구속됐거나 위법이 중대한 후보, 경선 탈락자나 불출마 선언자의 공천은 결단코 없다"고 못박았다.
최근 불출마 선언을 번복한 송석찬 의원과 옥중 출마설이 나도는 정만호 전 청와대 의전비서관 등을 겨냥한 발언이지만 이광재 전 국정상황실장과 신계륜 의원 등 비리연루 혐의자에 대한 경고적 의미도 담겨 있다.
우리당은 공천 잡음 일소를 위해 김학재 전 법무차관을 클린선거위 고문으로 긴급 위촉했다.
이부영 상임중앙위원도 "천 위원장의 요청을 수용키로 했다"고 밝혔고 정세균 정책위의장은 "가슴 아프지만 문제 인사는 잘라내야 한다"고 가세했다. "깃발만 꽂아도 당선된다" "지역구만 200석"이라는 말이 나돌 정도로 '김칫국 마시는 무드'가 만연해 있는 데 대한 내부 경고음들인 셈이다.
하지만 지도부의 강경 방침에도 불구, 공천 잡음은 끊이지 않고 있다. 당진 경선에서 탈락한 송영진 의원 부인 유정숙씨는 "여성가산제로 당선됐는데 연좌제를 적용했다"고 반발, 재심을 통해 공천을 따내며 뒤집기에 성공했다. 전주 완산을과 익산갑에서는 부정선거 의혹이 제기됐다.
지도부의 '부자 몸조심' 행보에 대한 불만도 터져 나온다. 촛불시위와 의원직 사퇴 등 현안에 명확한 노선을 취하지 못한 채 지지율 지키기에만 급급하다는 것이다.
/배성규기자 veg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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