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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與 의원직 사퇴 쇼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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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與 의원직 사퇴 쇼였나

입력
2004.03.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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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우리당이 의원직 총사퇴 문제로 시끄럽다. 12일 대통령 탄핵안이 가결 된 직후 울분에 겨워 총사퇴를 결의했지만 정작 한 주가 지나도록 사퇴서는 내지 않고 있다. 18일 의총에서도 "약속대로 당장 사퇴하자""현실적인 문제가 너무 크다"고 대립해 결론을 내지 못했다.야당이 이를 비난하자 박영선 대변인은 19일 "야3당이 개헌, 총선연기를 추진할지 모르는 상황이므로 야당이 국회를 열지 않는다고 선언해야만 사퇴서를 낼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뭔가 핵심을 짚지 못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야당이 정말 맘먹고 밀어붙인다면 의원수가 현격히 부족한 우리당이 사퇴하지 않는다고 개헌, 총선연기를 막을 수 있겠느냐"는 지적에 박 대변인은 과연 어떻게 답할지 궁금하다.

박 대변인의 '남의 탓'보다는 차라리 이부영 신기남 의원의 해명이 더 솔직했다. "후보등록 마지막날인 4월1일 이전에 사퇴하면 국고보조금 54억원을 못 받는데 어쩌란 말이냐""기호 3번도 못 받고 전국 단일 번호도 받지 못한다"등등.

이 문제를 놓고 벌이는 지도부간의 핑퐁게임은 더욱 가관이다. 정동영 의장은 "김근태 원내대표에게 물어보라"고 하는데 김 대표는 "시기와 방법은 지도부에서 결정할 것"이라고 뭉개고 있다.

결국 지금 우리당의 모습은 욱하는 기분에 객기를 부려놓고 뒷감당을 제대로 못하는 형국이다. "야당이 힘으로 쿠데타를 일으킨 의회에 더 이상 몸담기 싫다"는 당초의 사퇴 취지가 여전하다면 그 명분을 좇아 원칙대로 하면 간단할 일이다. 구차하게 야당 핑계를 대거나, 지도부간에 신경전을 벌이며 시간만 벌려 하는 것은 지지도 40%대의 '잘 나가는 여당'에겐 어울려 보이지 않는다.

고주희 정치부 기자 orwel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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