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가 2005학년도 입시부터 입학정원을 20% 이상 줄이는 방안을 추진함에 따라 상위권 수험생들의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일선학교에서는 대다수 고교가 수능시험을 통한 정시모집을 포기하고 교과성적 위주의 수시모집에만 매달리면서 내신 부풀리기가 더욱 심화할 것으로 우려했다.일선학교 비상
서울대가 지역할당제 도입에 이어 입학정원 감축계획을 내놓음에 따라 일선학교와 학원가에는 대비책을 마련하느라 비상이 걸렸다. 일선고교에선 "서울대 입학정원이 줄어들 경우 수능으로 합격생을 배출할 수 있는 곳은 서울 강남과 대도시의 일부 명문고와 특목고 정도일 것"이라며 "결국 대다수 고교는 수능을 아예 포기하고 내신 위주의 수시모집에만 매달려 고교 교육이 파행으로 흐를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서울대 수시모집의 경우 출결상황이나 봉사활동 등을 보지 않고 교과성적만 100% 반영하기 때문에, 서울대에 갈만한 학생들을 미리 골라 내신성적을 특별 관리하는 등 변칙적인 입시지도가 성행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서울 진선여고 허모 교사는 "명문대 입학문이 좁아질 경우 될 만한 애한테 몰아주자는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내신 부풀리기 등의 부작용이 더욱 심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타 대학에도 영향 미칠 듯
서울대의 학부정원 감축과 대학원 중심대학 추진은 다른 대학의 구조조정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연세대 주인기 기획실장은 "교육의 질적 향상을 위해서는 학부정원을 적정 수로 줄일 필요가 있다"면서 "시기는 빠를수록 좋으나 교육계에 미칠 파장을 고려, 2∼5년 안에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상당수 교수들은 연구 내실화와 대학경쟁력 강화를 위한 구조조정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특정학문의 편중화 등을 이유로 반발하고 있다. 서울대 경영대의 한 교수는 "전문인력의 수요와 공급에 대한 면밀한 분석이나 내부 의견수렴을 거치지 않은 상황에서 당장 800명을 줄일 경우 서울대의 위상에도 큰 타격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부는 학령인구가 계속 줄고 있어 서울대 등 우수대학은 대학원 중심으로 가는 게 불가피하다면서 크게 환영하는 분위기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학부 구조조정과 특성화를 추진하는 수도권 지역 대학을 지원하기 위해 올해 600억원의 예산을 배정했다"며 "학부정원 감축에 협조하는 단과대에는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황재락기자 finder@hk.co.kr
신재연기자 poet33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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