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탄핵소추안에 대한 비판여론이 비등하면서 정치권의 여론영합이 지나치다. 당초의 논리와 명분은 슬그머니 접고 시류에 편승한 유·불리 계산에 약삭빠른 모습이 여기저기서 드러난다. 어느 정당, 정파건 마찬가지의 이런 기회주의 행태는 국민에게는 기만이다. 어제 말 다르고 오늘 행동이 다른 얄팍한 정치로 난세를 헤쳐나갈 수 있을지 실로 의문스럽다.우선 열린우리당이다. 비리에 연루됐거나 선거법을 위반해 공천배제 대상인 사람들을 뒤꽁무니로 재공천하는 데 대해 비판여론이 일자 이제 와서 이를 다시 취소소동 등을 벌이는 꼴이 영 말이 아니다. 그런가 하면 탄핵안 가결에 항의하며 소속의원 전원이 의원직을 사퇴하고서는 여론이 유리해지자 이를 거두어들이기 위한 계산에 바쁘다고 한다.
의원직 사퇴는 사태를 보는 국민의 인식과 판단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 비상한 정치행위다. 이런 중대사를 손바닥 뒤집듯 가벼이 여기는 것은 편의주의에 젖은 구태의 한 표본이다. 대통령은 여전히 탄핵소추 중이고, 국민의 비판이 거세다는 점을 확인한 외에 그 때와 달라진 사정은 없지 않은가. 비리조사를 받기 위해 특검에 출두한 이광재 전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의 "대통령은 국민의 아버지" 운운 발언도 국민을 우습게 아는 말이다.
한나라당에서 탄핵을 밀어붙인 데 대해 뒤늦은 자성이 일고 있다는 소식도 짜증스럽다. '구국적'이라는 기치를 걸고 당론으로 탄핵안을 가결시켜 놓고는 지금에서야 이를 반성한다니 대통령 탄핵이 어디 주머니 속의 공깃돌 장난인가. 그 반성을 진정한 반성으로 여길 사람이 한 사람이라도 있을 것으로 생각하는지 가증스럽기 짝이 없다. 시류에 영합해 책임과 심판을 모면하려는 비굴한 자세가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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