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부남 아들을 총각이라고 속여 다른 여성과 결혼시킨 시아버지가 거액의 위자료를 물어주게 됐다.A(여)씨는 1991년 외국 유학시절 B씨를 만나 92년 결혼식을 올리고 94년 함께 귀국했다. 그러나 남편 B씨는 98년 취직한 뒤부터 해외출장을 이유로 외박을 일삼았고, 99년 둘째 아이를 임신한 아내 A씨에게 "시댁에 가 있으라"는 말만 남기고 집을 나갔다. 둘째를 낳자마자 시댁에서도 쫓겨난 A씨는 그나마 남편이 매달 보내주던 70만원의 생활비마저 끊겨 어렵게 생계를 이어가야 했다. 수차례 시아버지에게 남편의 연락처만이라도 알려 달라고 애원했지만 그때마다 '모른다'는 답변만 들었다.
그러던 중 2002년 9월 우연히 동사무소에 들렀던 A씨는 큰 충격을 받았다. 남편의 주민등록등본을 떼보니 자기가 아닌 다른 여성이 아내로 등재돼 있었던 것. 수소문 끝에 A씨는 남편 B씨가 이미 1년 전 다른 여성과 결혼식을 올렸고, 남편과 결혼한 여성의 가족들로부터 당시 시아버지가 "내 아들이 총각임을 보증한다"며 사돈 될 집안을 안심시킨 뒤 새 결혼식에도 참석한 사실을 알게 됐다. 남편은 새 주소지 동사무소에서 전입신고를 할 때 새로 결혼한 여성만 동거인으로 신고해 자신의 결혼 전력을 숨겼다.
서울가정법원 가사4부(홍중표 부장판사)는 19일 A씨가 남편 B씨와 시아버지를 상대로 낸 이혼 등 청구소송에서 "A씨와 B씨는 이혼하고 B씨는 위자료 5,000만원을 지급하라"며 "시아버지도 아들의 부정행위에 일조한 잘못이 인정되는 만큼 위자료 가운데 3,000만원은 시아버지가 연대해서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김지성기자 j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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