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라카미 류 지음·양억관 옮김 작가정신 발행·8,500원
1969년 비틀스는 '옐로 서브마린'을 발표했고, 롤링스톤스는 '홍키 통키 우먼'을 히트시켰다. 히피들이 사랑과 평화를 부르짖었고, 드골이 권좌에서 물러났다. 인간이 처음으로 달에 발을 디딘 해였고 베트남 전쟁은 계속됐다.
고교생이었던 일본 작가 무라카미 류(52·사진)에게는 "인생에서 세번째로 재미있는 해"였다. 첫번째, 두번째 해를 밝히진 않았지만 자전소설 '69'에 따르면 무라카미 류에게는 정말 즐겁게 보낸 한해였다.
매우 자극적인 단어처럼 보이지만 실은 1969년이라는 한 해를 가리키는 '69'은 87년 일본에서 출간된 뒤 100만부 이상 팔린 스테디셀러이며, 미국에서 번역됐을 때 제2의 '호밀밭의 파수꾼'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69'은 이전에도 국내 번역판이 나왔지만 이 책은 정식 번역출판 계약을 맺고 출간된 것이다.
역사적 사건으로 의미있던 이 해는 한 일본 고교생 겐에게도 각별한 의미가 있었다. 기성세대에 저항하고 틀에서 벗어나는 기쁨을 누렸다는 게 그에게는 특별한 체험이었다. 삶은 즐거워야 한다고 생각하는 겐은 얌전한 친구들을 꾀어서 멋진 예술 페스티벌을 열기로 모의한다.
페스티벌을 앞두고 영화를 만들고 학교의 '퀸카'를 주인공으로 섭외하고, 그 퀸카에게서 '정치적으로 저항하기'를 배운다. 학교 옥상에 '상상력이 권력을 쟁취한다'는 슬로건을 적은 플래카드를 건다. 예쁜 여자애에게 잘 보이기 위해 시작했던 '정치적 행동'이 눈덩이처럼 커진다. 여학생 탈의실에 무단으로 침입하고 교장 책상에 똥을 눈다. '저항'은 모조리 들통나 무기정학을 받지만, 정학이 풀린 뒤 겐은 친구들과 머리를 맞대고 페스티벌에 몰두한다. 1969년은 그렇게 간다.
"나는 내게 상처를 준 선생들을 아직도 잊지 않고 있다. 그들은 정말로 소중한 것을 내게서 빼앗아가 버렸다. 유일한 복수 방법은 그들보다 즐겁게 사는 것이다. 지겨운 사람들에게 나의 웃음소리를 들려주기 위한 싸움을, 나는 죽을 때까지 결코 멈추지 않을 것이다."작가의 말이다. 물론 '선생들'은 '기성 세대'의 다른 이름이다. 그러고 보니 무라카미 류에게는 글쓰기가 '웃음소리를 들려주기 위한, 멈추지 않는 싸움'이다.
/김지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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