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료를 파는 것이 아니라 매화나무에 핀 꽃을 판다고 늘 생각합니다. 매실은 그 자체로 훌륭한 문화상품입니다. 예로부터 선비의 절개를 의미하는 매화는 4군자 중의 으뜸이죠."매화꽃 만발한 계절, '매실의 전도사' 조운호(42) 웅진식품 사장이 매화의 고장을 찾았다. 1999년 매실을 주재료로 한 건강음료 '초록매실'을 내놓아 대박을 터뜨린 바로 그 사람이다. 초록매실은 출시 첫해 1,000억원이 넘는 매출을 올려, 음료 역사 200년사에서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웠다. 매실의 진면목을 잘 보여주는 일화다. 매화 향기 가득한 섬진강변에서 열리는 광양 매화축제(12∼21일)에서 그를 만났다.
"우리 만큼 반찬문화가 발달한 나라는 없습니다. 밥을 주식으로 먹다보니 함께 먹을 반찬이 필요했던 거죠. 하지만 그 영향으로 짜고 맵게 먹는 버릇이 일상화하고 몸이 산성화해 속병이 많이 생겼습니다. 흔히 식사 후 숭늉으로 속을 달래는데 조상의 지혜에 감탄할 뿐입니다. 한국에만 있는 숭늉은 알칼리성 음식인데 매실이 바로 이 같은 작용을 합니다."
매실은 한·중·일 동북아 3국에만 나는 과실로 알려져있다. "2차 대전때 일본군 병사들은 매실을 불그스름하게 절인 우매보시를 배낭에 꼭 넣어 다녔습니다. 이질을 예방하고 배탈을 달래는 상비약으로 그만한 것이 없었죠." 우매보시는 일식당에 가면 나오는 곁반찬의 하나로 우리의 김치처럼 일본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음식.
초록매실의 성공을 그는 처음부터 예견했던 걸까? "이전에도 집에서 매실을 차로 달여 마시거나 술을 담궈 먹었습니다. 이걸 용기에 담긴 음료로 대중화시킨다는 아이디어가 처음인 것이지요. 수요는 있는데 상품화하지 않은 것을 찾는 것이 성공의 관건인 셈이죠."
조 사장은 매실에 대한 우리의 인식은 아직 많이 부족하다고 말한다. "매실이 붐을 이루면서 농민들이 매화나무를 많이 심었습니다. 이제 4∼5년이 지나니 어느덧 꽃을 피우고 과실을 맺게 되는 것이지요. 하지만 일본이 우리보다 10배나 많은 매화나무를 가지고 있고 대만도 정부가 앞장서 매실 재배를 지원한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매화는 벚꽃보다 더 가치있는 나무입니다. 그저 꽃을 보고 즐기는데 머물지 않고 식품으로서 매실의 가치를 알고 활용을 극대화시키는 것이 앞으로의 과제죠."
/광양=박원식기자 parky@hk.co.kr
■요리법 |매실 맛 탐험
3월의 광양은 활짝 핀 매화 꽃을 즐기는 시기. 하지만 4월이면 꽃이 지고 꽃이 핀 바로 그 자리에 주렁주렁 매실이 열린다.
매실은 어떻게 먹으면 좋을까? 음료나 매실주로 만들어 먹고 마시는 것은 성에 차지 않는다. 매실 명인인 청매실농원 대표 홍쌍리(62)씨에게서 배워보자.
매실 원액 활용법
섬진강 변 사람들은 집집마다 매화나무 몇 그루씩을 갖고 있다. 이들은 여기에 매실이 맺히면 매실 원액을 만들어 물에 타 마시거나 매실주를 담궈 먹는다. 보통 싱싱한 매실과 설탕을 1대1 비율로 섞어 3개월 정도 숙성시키면 매실 원액이 만들어진다. 매실 원액을 쌈장이나 초장에 첨가하면 음식 맛이 더 살아 난다. 상큼한 맛이 새콤한 서양 소스를 쓰는 것과 마찬가지인 셈. 고기에 매실 원액을 넣으면 육질이 연해진다.
청매실농원은 5년 된 소금과 2년 묵은 된장, 1년간 숙성시킨 매실을 항아리에서 6달 동안 다시 숙성시켜 된장을 만든다. 누르스름한 땟깔과 텁텁한 듯 상큼한 것이 어린이들의 입맛에도 맞는다.
매실 원액을 김치나 겉절이에 넣는 것도 새로운 조리법. 겉절이에는 보통 설탕이나 식초를 함께 넣는데 매실은 이들 재료를 대신하고도 남는다. 매실김치는 다압매율영농조합의 서순열 조합장이 최근 개발한 것으로 김치에 매실을 넣으면 익었을 때 맛이 더 개운하고 오래 두어도 물러지지 않는다. 살균 작용이 강한 매실이 천연 방부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매실 농축액과 원액
흔히 매실을 설탕과 섞어 만들어낸 것이 매실 원액. 맛은 달콤새콤하다. 반면 매실 농축액은 한마디로 매실 액기스에 해당한다. 매실의 살과 씨앗을 분리, 생즙을 짜서 여과시킨 뒤 다시 맑은 생즙을 저온에서 오랜 시간 달여 만든다. 서서히 달이면서 수분은 날라가고 결정체만 새까만 액체로 남는데 이것이 농축액이다. 보기에 한약 같지만 맛을 보면 매우 시다. 설탕이나 꿀을 타서 먹는 것이 요령. 농축액 1병은 매실 원액 10병 이상으로 진하다.
매실장아찌
매실을 과육만 떼어 내 소금에 절여 만드는데 아삭아삭 씹히는 맛이 색다르다. 입맛을 살려 주고 담배 냄새나 입냄새가 나는 경우 몇 점 집어 먹으면 입안이 상쾌해진다. 고추장까지 섞어주면 매실고추장장아찌가 된다.
매실한과
조청에 매실원액을 섞어 만든 한과는 입안에서 끈적거리거나 이빨 사이에 달라붙지도 않는다. 여름에도 한과를 바삭바삭하게 먹을 수 있는 훌륭한 식재료가 된다.
/광양 글 사진=박원식기자
■아∼ 이렇구나|매실 영양학
청매실농원 홍쌍리씨가 처음 매실을 접한 것은 1966년. 당시 매실이 흔하지 않았고 자신도 매실이 뭔지 잘 모르던 시절이다. "어느 날 밭을 매다 열매 하나가 떨어져 있길래 즙을짜 손을 닦아보니 그 탁한 흙물이 그대로다 털어지는 거에요. 비누보다 더 잘 지워지더라고요."
홍씨가 겪었던 범상치 않았던 경험은 매실의 정장 (整腸)효과를 잘 말해 준다. 매실에 함유된 사과산이 장 운동을 도와 배탈이나 변비 해소에 특효를 발휘한다. 기름기 먹은 프라이팬을 세척제가 씻어 내리듯 기름기가 잔뜩 쌓인 장 청소에 매실이 효과적. 더욱이 매실의 신 맛은 식욕을 당기게 하고 소화도 촉진시켜준다. 예로부터 감기에 걸렸을 때 매실 농축액을 물에 타서 마시거나 상처부위에 발라 통증을 가라 앉히는데 쓰였다. 매실에 함유된 피크리산이 독성 물질을 분해, 살균 해독작용을 해주는 덕분이다.
매실 재배농가 및 가공단체
청매실농원 (061)772-4066 www.maesil.co.kr
매실 명인 홍쌍리씨가 한 해 150톤의 매실을 환경농법으로 재배하고 2,000여개의 장독에 매실을 담근다.
협성농산영농조합 (061)772-0003 www.mssr.co.kr
저온냉장 항아리 숙성기법으로 매실 농축액, 장아찌 등 각종 매실가공제품을 매실사랑이라는 고유브랜드로 판매한다.
다압매율영농조합 (061)772-3289 www.maesilplus.com
자연저장 숙성시킨 매실 상품을 매실플러스란 브랜드로 판매하며 최근 매실김치를 새로 선보였다.
광양매실영농조합 (061)772-4131 www.maesilju.co.kr
산지의 매실과 지하 암반층에서 나온 석간수를 이용해 담근 매실주 '매진'(梅眞) 등 생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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