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쯤 전이다. 시골에서 고등학교를 마친 청년이 대처로 나갈 일은 직장을 얻거나 대학에 입학했을 때이다. 두 경우 다 하숙집을 구해야 한다. 한쪽 손은 책보따리를, 다른쪽 손은 이불 보퉁이를 어깨 위로 올려 걸머쥐고 학교 앞 하숙촌을 찾는다. 그러나 정작 내 신경은 책 보따리와 이불 보따리에 있지 않다. 지난밤 어머니는 내 허리에 두를 이상한 띠 하나를 만들어 주었다. 말로만 듣던 전대였다. 당장 한 달 하숙비와 용돈과 책값을 그 전대에 넣어 바지 속 허리에 차게 한 것이다. 창피스럽다고 해도 막무가내였다. 그때 어머니가 알고 있던 대처는 남의 코도 감쪽같이 베어가는 세상이었다.걸음을 옮길 때마다 그 돈주머니가 배꼽 아래에서 걸리적거렸다. 그것이 그렇게 촌스러울 수가 없었다. 아무도 보지는 않지만 그것이 내 촌놈 신분의 증명서 같은 느낌이 들어 부끄럽기까지 했다. 하숙집에 도착해 바로 전대를 버렸다.
시간이 지나고 나면 다시 그리워지는 것이 그런 것이다. 얼마 전 어머니에게 전대 하나를 만들어 달라고 했다.
"그건 이제 와서 무엇 하게?" "담에 미국 갈 때 차고 갈려구요."
어머니도 웃고 나도 웃었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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