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바그다드 중심부에서 대규모 폭탄 공격이 있었던 17일 미 민주당 대선 후보로 사실상 확정된 존 케리 상원의원과 딕 체니 부통령이 조지 W 부시 정부의 이라크 정책과 안보 정책을 두고 설전을 벌였다.케리 의원은 이날 조지 워싱턴 대학 연설에서 "미국은 이라크 수렁에 빠져 있으며 부시 정부는 실패한, 일방적 정책에 사로잡혀 중요하고도 오랜 우방들을 떠나가게 하고 있다"며 부시 대통령에 대한 공격의 강도를 높였다.
케리 의원은 "우리는 끝이 보이지 않는 전쟁에서 계속되는 인명의 희생과 비용의 증가를 지켜보고 있다"며 부시 대통령의 정책으로 미국은 덜 안전해지고 더 고립됐다고 주장했다.
케리 의원에 대한 부시측의 저격수 역할은 좀처럼 공개석상에 나서지 않는 체니 부통령이 맡았다.
체니 부통령은 캘리포니아주 시미 밸리의 로럴드 레이건 도서관에서 "미국의 최고 사령관은 국가의 대의를 확신해야 하고 국민에 대한 위험이 완전히 제거될 때까지 흔들려서는 안된다"며 "케리 의원은 의회에서 일관성이 없고 우유부단했다"고 반격했다. 부시 대통령의 전시 대통령 역할을 부각하려는 백악관의 선거 전략과 맞닿은 공격이었다.
체니 부통령은 이어 "그것은 시험의 시기를 맞은 미국의 최고사령관이 될 사람으로서는 인상적인 기록이 아니다"라며 "미국인들은 2004년 선거에서 1984년 선거만큼 확실한 선택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1984년은 공화당의 레이건 당시 대통령이 민주당 월터 먼데일 후보를 누르고 재선에 성공한 해이다.
미국의 방송들은 바그다드 폭탄 공격 현장 화면과 함께 체니와 케리의 얼굴을 나란히 대비하는 등 양측의 설전에 높은 관심을 보였다.
한편 스콧 매클렐런 백악관 대변인은 바그다드 폭탄 공격 직후 논평을 통해 "민주주의가 이라크에서 뿌리내리고 있다"며 "미국의 대 이라크 정책에 후퇴는 없다"고 말했다. 매클렐런 대변인은 "지금은 시험기"라며 "이라크에서 또 다른 치명적인 테러 공격이 자행되더라도 결코 이라크에 민주주의 국가를 수립하려는 미국의 정책을 막을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김승일특파원 ksi810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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