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와 철강은 말할 것도 없고, 금 은 백금과 같은 귀금속, 콩 옥수수 등 농산물, 심지어 콩기름과 콩깻묵까지…. 보이는 것, 오를 수 있는 것은 모조리 값이 치솟는 게 최근의 국제원자재 상품시장이다. 개발 수요가 넘쳐나는 중국이 제품들을 '스펀지'처럼 빨아들이는 탓도 있지만, 저금리 달러약세 테러공포가 맞물려 투자처를 잃은 국제투기자본이 몰려들면서 원자재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폭등하는 농산물
가장 두드러진 품목은 대두(콩).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에서 17일 대두 가격은 부셸(부피단위) 994센트를 기록했다. 15년만에 최고수준이다. 대두가격은 6개월전에 650센트 안팎, 한달전만해도 850센트 안팎에 머물렀지만, 최근들어 수직에 가까운 가격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물가조사기관인 코리아PDS 송경재 물가분석팀장은 "일차적 원인은 4∼5월부터 수확에 들어갈 남반구쪽에서 기상악화로 작황이 부진하다는 예상 때문이지만 중국의 소비·사료수요 증가까지 겹치면서 농산물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두가격이 뛰다보니 대두유(콩기름)와 대두박(콩깻묵) 등 사료용 제품 가격까지 함께 치솟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의 대두 수입의존도는 약 75%에 달한다"며 "대두가격 상승으로 관련식료품의 연쇄적 가격상승이 불가피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8월 부셸당 200센트에 머물던 옥수수가격도 현재 308센트까지 올라 반년여만에 50%이상의 상승률을 기록하고 있다. 남아프리카와 아르헨티나 등 주요 생산국들의 수확량이 건조한 날씨 때문에 감소할 것이란 예상에 따른 것이다. 밀가루 원료인 소맥가격(부셸당 391센트)도 이달 중순이후 재반등, 빵 국수 등 관련 소비자가격 상승압력을 높여가고 있다.
금도 금값, 은도 금값
1월초 온스당 426달러에 정점을 찍은 뒤 390달러까지 하향안정세를 보였던 금값도 다시 뛰기 시작했다. 금주에만 12달러이상 올라 17일 현재 407달러. 한국은행 관계자는 "금은 달러가 약세를 보이고 금리가 낮을 때 값이 올라가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금리동결로 저금리 장기화가 예상되는데다 달러화가 다시 약세로 돌아서면서 국제 펀드들이 금으로 몰리기 시작한 것이다. 이라크 바그다드 호텔테러사건으로 안전자산인 금에 대한 선호도는 한층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은 백금 등 다른 귀금속값도 함께 상승했다. 1년전 온스당 440센트였던 은 가격은 현재 725센트로, 온스당 600달러 안팎이었던 백금 값은 906달러까지 치솟았다. 코리아PDS 송 팀장은 "은이나 백금은 귀금속인 동시에 산업용 자재로도 쓰이는 제품"이라며 "산업용 수요가 늘어난데다 중국의 귀금속 수요까지 몰리면서 값이 상승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구리 니켈 주석 알루미늄 등 비철금속류의 가격상승세도 여전하다. 세계 경기회복과 '글로벌 블랙홀'로 비유되는 중국의 흡수력, 공급부진, 여기에 투자처를 잃은 펀드자본까지 가세하고 있어 원자재·상품가격의 무차별 상승과 이로 인한 국내 물가압력은 상당기간 계속될 전망이다.
/이성철기자 sc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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