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18일 평의에서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소환 방침을 정한 것은 탄핵재판의 '당사자' 개념을 엄격히 해석한 결과로 풀이된다. 헌법재판소법 30조는 탄핵심판은 구두변론으로 진행하고, 변론기일에는 '당사자와 관계인을 소환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하경철 변호사 등 노무현 대통령의 대리인단은 17일 밤 제출한 의견서에서 "민사소송법의 당사자는 본인 뿐만 아니라 대리인을 포함한 것으로 이해된다"며 대통령 직접소환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헌재는 그러나 "형사소송법 절차를 준용토록 되어있는 탄핵심판에서 당사자는 피청구인인 대통령 본인에 한정하는 것이 타당하다"는데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 주심인 주선회 재판관은 "평의에서 노 대통령을 소환해야 한다는데는 재판관들의 이견이 없었다"며 그 이유로 "법조항이 너무 명백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헌재의 이 같은 판단에는 재판절차의 사소한 흠결이 본안결정의 순수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가 어느 정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대신 헌재는 노 대통령이 출석하면 국가원수로서 어떤 예우가 가능한지 고심하고 있다.
헌재는 1차 변론 상황을 지켜본 후 집중심리제 도입을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일반 사건과 구분, 별도의 변론 일정을 잡은 것을 보면 헌재의 집중심리 의지는 충분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4·15 총선전에 최종 결정이 나오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노 대통령이 변론에 불출석할 경우 특히 그렇다. 헌법재판소법 52조에 따르면 헌재는 당사자가 1차 변론기일에 출석하지 않으면 2차 변론기일을 정한 뒤 그래도 나오지 않을 경우 당사자 없이 심리를 진행할 수 있다. 변론을 일주일에 한번씩 연다고 가정하면 노 대통령 불출석시 1주일 가량 심리가 지연되는 것이다. 노 대통령측은 의견서에서 "대통령 직무가 중단되고 국무총리가 직무를 대행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위기상황"이라며 "탄핵심판은 정확하고 공정한 결정을 해치지 않는 한도 내에서 가장 신속하게 진행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때문에 심리의 지연을 막기 위해서라도 노 대통령이 30일 출석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견해도 있다.
향후 변론과정에서 헌재가 탄핵소추 사유의 추가를 받아들일지도 관심이다. 소추위원인 김기춘 국회 법사위원장은 "총선-재신임 연계 발언 등을 탄핵사유에 추가 시킬 방침"이라고 말했다. 반면 노 대통령측은 의견서에서 "국회 의결이 아닌 소추위원에 의한 탄핵소추 사유 추가는 헌법 취지에 반한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초기 변론과정에서는 본안에 대한 논쟁보다 이런 절차상의 문제를 놓고 양측이 격돌할 가능성이 높다.
/노원명기자 narzis@hk.co.kr
■ 헌법재판소법
제30조(심리의 방식)
1. 탄핵의 심판, 정당해산 심판 및 권한쟁의의 심판은 구두변론에 의한다. 2.(생략) 3. 재판부가 변론을 열 때에는 기일을 정하고 당사자와 관계인을 소환하여야 한다.
제52조(당사자의 불출석)
1. 당사자가 변론기일에 출석하지 아니한 때에는 다시 기일을 정하여야 한다. 2. 다시 정한 기일에도 당사자가 출석하지 아니한 때에는 그 출석없이 심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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