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 60대 초반. 직업 : 타조농장주. 고민 : 알 낳는 의무에 태만한 타조들….영화 ‘고독이 몸부림칠 때’(감독 이수인)에서 주현(61)은 실제 나이에 가까운 터프가이 배중달 역을 맡았다. 나이 오십을 눈앞에 둔 동생 배중범(박영규)을 장가 보내야 하는데 보는 맞선마다 신통치 않고, 새로 시작한 타조농장마저 제대로 되질 않는다. 게다가 어렸을 때부터 친구인 조진봉(김무생)은 사사건건 시비를 걸어온다. 이런 난관을 코믹하게 대처해 나가는 배중달 역에는 역시 그가 제격이다.
그는 이미 TV에서 “~껄랑요”라는 특유의 말투와 화려한 입담, 익살스러운 코믹연기로 잘 알려졌다. 그러면서도 그에게는 평생을 고생만 한 나이든 아버지의 땀냄새가 난다. 대충 쓰다듬은 머리카락에 오래된 흰 러닝셔츠를 입고 꽁초를 피우는 그런 이미지. 그의 거들먹거리는 모습에서 짙은 페이소스가 묻어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고독이…’는 그만의 이런 매력을 제대로 끌어내지 못했다. 꿈에 나타난 돌아가신 어머니(공옥진)에게 “엄마. 나 데려갈라구?”라고 말할 때에도, 기대했던 웃음과 쓸쓸함이 배어나질 않는다. 아니, 그만이 아니다. 양택조, 박영규, 선우용녀 등 대한민국 대표 중년 배우들의 매력이 이 작품에서는 이상하게도 살아나질 않는다. 주현은 시사회장에서 “큰 이야기는 없지만 잔잔한 느낌을 주는 재미있는 영화”라고 말했다. 바로 그 ‘큰 이야기’의 부재에서 오는 허탈함 때문이 아닐까.
/김관명기자 kimkwm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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