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유학생 후배가 일제 중고차 한 대를 샀다. 1,400달러에 상태가 썩 좋은 자동차를 구해 다른 유학생들의 부러움을 샀고 운행하는 데도 아무 문제가 없어 만족하고 있다. 그런데 이 후배가 고향 어머니께 전화로 이 사실을 알렸더니 "일제 차 말고는 없더냐"고 핀잔을 들었다고 한다.미국은 그야말로 세계 최대의 자동차 왕국이다. 웬만한 중산층 가정마다 서너 대의 자동차를 보유하고 있고 관련 산업 규모도 천문학적이다. 세계 각국의 자동차가 미국 시장에서 각축을 벌이고 있고 한 번 이 경쟁에서 탈락한 업체는 영영 미국 시장에 발을 붙이지 못하는 것이 냉혹한 현실이다.
이런 경쟁에서 한국의 현대 기아 자동차 등이 선전하고 있다는 사실은 한국 유학생들로서는 자랑스러운 일이다.
실제 많은 유학생들이 한국 자동차를 이용하고 있고 업체들도 각종 할인 혜택으로 유학생들을 끌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많은 유학생들이 실질적인 이유로 일제 중고차를 선호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새 자동차의 경우 한국산이 보장 조건은 아주 좋지만 1만∼2만 달러나 되는 가격은 아무래도 유학생들에게는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반면 일제 자동차는 무엇보다 중고차 시세가 안정돼 있어서 사서 되팔 때의 차익을 생각할 때 최우선 고려 대상이 된다. 미국인들이 일본차의 우수성을 높게 평가하고 있어 중고차 가격이 웬만하면 크게 떨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짧게는 1, 2년간 자동차를 이용하고 떠나는 유학생과 교환 교수에게는 매력적일 수 밖에 없다.
유학생의 비뚤어진 행태를 고발하는 언론 보도에 등장하는 상투적인 문구 가운데 "일제 승용차를 구입하는 등 호화로운 생활을 한다"는 내용이 있지만 실제 호화로운 생활을 위해 일제 자동차를 구입하는 유학생은 그야말로 극소수라는 사실을 알아주었으면 한다.
그 후배도 6개월간 연구실에서 받은 생활지원비를 아끼고 아껴 큰 맘 먹고 그 차를 구입했다. 그것도 대도시가 아닌 작은 캠퍼스 타운에서 자동차는 일종의 생활 필수품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구입한 것이다.
자동차 대국 미국에서 토요타나 혼다 등 일제 자동차가 최고의 대우를 받고 있는 것은 부러운 일이고 분명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많다.
미국인들도 일본인 유학생들을 보면 자동차 이야기로 말문을 여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우리 한국 유학생은 어떤가. 물론 휴대폰 등이 품질을 인정받아 고가로 팔리고 있다. 하지만 지난 한 주 미국인 지인들이 내게 던진 질문은 대부분 탄핵에 대한 것이었다.
이 상 연 미국/조지아대 저널리즘 석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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