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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zine Free/봄여행 가 볼만한 곳 5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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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zine Free/봄여행 가 볼만한 곳 5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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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3.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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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은 오는 듯 가버린다. 가장 짧은 계절이다. 그러나 여행을 하기에는 가장 좋은 때다. 덥지도 춥지도 않고, 모기 등 물 것도 없다. 프로그램을 잘 짜면 행복하면서도 알찬 여행을 할 수 있다. 3월말부터 5월초까지가 그 시기이다. 꽃놀이만이 봄여행은 아니다. 붐비지 않으면서도 요동치는 봄의 기운을 느낄 수 있는 여행지가 얼마든지 있다. 한국일보 여행팀이 시기에 따른 봄 여행지를 추천한다.

백합 잡고, 4㎞ 백사장 시원한 질주 ◆ 3월말 /전북 고창군 구시포 해변

구시포 해변은 넓다. 진흙 갯벌이 아니라 모래밭이다. 하얀 모래밭에는 티끌 하나 없다. 마치 사막같다. 물이 촉촉하게 배어있는 젖은 사막이다. 구시포 해변은 크게 두 곳으로 나뉜다. 포구가 있는 길이 1㎞의 해수욕장과, 일부에 군사시설이 들어선 길이 4㎞의 너른 백사장이다. 너른 백사장은 명사십리로 불린다.

먼저 해수욕장. 양쪽으로 방파제가 들어서 있고 바다에는 가막도라는 바위 섬이 떠있다. 그 사이가 모두 모래밭이다. 사람들은 언제나 모래밭에 있다.‘귀족 조개’인 백합(또는 생합)을 잡는 사람들이다. 백합은 깊은 모래에 살지 않는다. 기껏해야 10㎝ 정도의 모래 속에서 호흡을 한다. 쟁기처럼 생긴 모래 뒤지는 도구나 호미로 모래를 헤친다. 백합은 크고 무거운 조개. 한 마리 한 마리 찾을 때마다 마치 낚시에서 월척을 낚은 기분이다.

백합 뿐 아니다. 무심코 바라보면 보이지 않는다. 눈을 크게 뜨고 모래밭을 응시하면 작은 게들이 모래를 뒤덮고 있다. 사람이 발을 옮길 때마다 마치 철새떼가 군무를 하듯 흩어졌다 모인다. 봄의 생동감을 확실히 느낄 수 있다.

명사십리로 자리를 옮긴다. 북쪽 방파제를 지나면 눈에 들어온다. 끝이 보이지 않는다.‘아니 서해안에도 이렇게 너른 해변이…’라며 놀란다. 명사십리 남쪽 끝에 해변으로 들어가는 모랫길이 있다. 차를 몰고 들어간다. 명사십리의 모래밭은 물이 빠지고 나면 단단하게 굳는다. 그래서 차가 다닐 수 있다. 파도를 바라보며 차를 달린다. 차선도, 신호등도, 제한 속도도 없는 길이다. 그러나 군사시설이 있어 아침 6시부터 저녁 8시까지만 출입할 수 있다.

해변에 차를 세울 때 주의할 점이 있다. 밀물 시기이다. 워낙 폭이 넓기 때문에 차를 세워놓은 곳 뒤에 물이 먼저 들어오는 경우가 있다. 바다 쪽만 바라보고 여유를 부리다가는 물에 포위된다.

고창 여행은 바다 뿐 아니라 다양한 볼 거리가 함께 한다. 동백꽃 피는 선운사가 으뜸이다. 이달 말이면 붉은 꽃잎이 뚝뚝 떨어져 동백숲은 붉은 양탄자를 깔아놓은 듯한 부처의 세계가 된다. 잘 정비된 고창읍성, 세계문화유산인 고인돌군, 문수사 등도 빼놓을 수 없다. 석정온천에서 피로를 풀며 여행을 마무리한다. 고창군 상하면사무소(063)563-0700.

꽃지해변 큰 바위 사이 낙조 압권 ◆ 4월초/충남 태안군 안면도

안면도(安眠島)는 이름 그대로 잠자는 섬이었다. 이제는 아니다. 서해안고속도로가 열리면서 수도권과 지척이 된데다, 2002년 꽃박람회를 통해 명성을 얻었다. 주말이면 숙박시설이 만원이 될 정도로 각광을 받는 여행지가 됐다. 고적(孤寂)한 여행을 원한다면, 주말을 피해야 한다.

안면도는 원래 섬이 아니었다. 육지와 연결된 태활곶이었다. 호남벌판의 곡식을 서울로 옮기려면 뱃길이 사나운 바깥 바다로 돌아야 했다. 그러나 안면도와 보령 사이의 천수만은 고인 물처럼 잔잔했다. 그래서 육지와 붙어있던 안면읍 창기리와 남면의 신온리 사이를 절단했다. 조선 인조 때의 일이다. 졸지에 육지와 떨어진 안면도는 330여년이 지난 1970년 연륙교가 놓이면서 다시 육지같은 섬이 됐다.

안면도의 해안선은 충청도에서 가장 울퉁불퉁하다. 리아스식 해안의 골마다 모래밭과 갯벌이 펼쳐져 해수욕장만 14개이다. 하나 같이 아름답다. 끝없이 넓은 갯벌이 펼쳐지고 드문드문 기암이 서있다. 빼어난 아름다움 때문에 섬의 서쪽바다는 1978년 태안해안국립공원으로 지정됐다.

안면도 여행법은 남북으로 길게 나 있는 종주도로와 해안도로를 타고 가면서 곳곳의 샛길로 들어가 다양한 모습의 바다를 감상하는 것이다. 마음에 드는 곳에서 시간을 보내더라도 하루 정도를 잡으면 섬의 구석구석을 모두 돌아볼 수 있다.

안면대교를 넘어 조금만 진행하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울창한 소나무 숲. 안면송으로 불리는 이 곳 소나무는 육지의 일반 소나무와 모습이 다르다. 키가 크고 곧으며 잔가지가 없다. 고려시대부터 궁궐과 선박의 목재로 ‘특별관리’된 붉은 소나무이다. 일제시대에는 큰 수난을 당했다.

일본의 한 목재회사로 삼림의 소유가 넘어가면서 마구 베어졌다. 해방 이후에는 정부의 개간정책에 의해 또다시 훼손됐다. 그러나 아직도 산림 전체 면적의 62%가 소나무이다. 정부는 뒤늦게 안면송의 우수성을 알고 1988년 수령 80년 이상의 소나무숲 115ha를 유전자 보호림으로 지정했다.

섬의 곳곳을 살피다가 해질녘이면 반드시 서쪽 해안으로 나와야 한다. 안면도의 제1경은 서해를 붉게 물들이는 낙조이다. 그 중 꽃지해변의 낙조는 아름답기로 정평이 나 있다. 갯벌에는 두개의 커다란 바위가 서로 붙든 듯이 따로 서 있다. 할미바위와 할아비바위이다. 밀물일 때에는 모두 물에 잠겨 헤어지지만, 물이 빠지면 밑둥까지 드러나 다시 손을 잡는다. 해는 그 사이로 진다. 곳곳에서 카메라의 셔터가 터진다.

꽃박람회가 열렸던 꽃지는 이름 그대로 꽃의 땅이 됐다. 박람회는 끝났지만 봄이면 유채꽃을 비롯해 온갖 꽃들이 만발한다. 태안해안국립공원 관리사무소 (041)672-9737.

원시림따라… 초원따라… 4시간 왕복 ◆ 4월 중순/ 강원 인제군 곰배령 트레킹

곰배령은 오지 트레킹 마니아에게나 알려진 오지 중 오지였다. 양양 수력발전소를 건설하느라 큰 길을 냈고, 이제는 일반인에게도 꽤 알려졌다. 인근에 설피마을이 있다. 설피는 눈길을 걸을 때 발에 묶는 일종의 체인신발. 겨울에 설피가 없으면 활동을 못 할 정도로 눈이 많은 곳이어서 설피마을이란 이름이 붙었다. 그러나 4월 중순이면 색깔이 많이 바뀐다.

곰배령은 설피마을과 인제를 잇는 고개이다. 남설악의 최남단 봉우리인 점봉산의 옆줄기로 해발 1,100m나 된다. 설피마을과 곰배령을 잇는 왕복 8㎞의 산행길은 원시림의 풍취에 만끽하며 가벼운 트레킹을 하기에 좋다. 급경사가 없고 바위나 너덜지대도 없다. 산보하듯 걸어도 왕복 4시간이면 충분해 가족 트레킹코스로 더할 나위없다.

트레킹의 시발점은 설피마을에서 양양으로 넘어가는 조침령과 곰배령 길이 나뉘어지는 삼거리. 오른쪽은 조침령, 왼쪽은 곰배령이다. 약 1.5㎞ 구간은 경운기가 다닐 수 있는 넓은 길. 그 길 끝에 몇 채의 민가가 있다. 한 곳에 몰려 있는 것이 아니라 200~300m의 간격을 두고 이어져 있다. 예전에 화전민이었던 주민들은 곰취, 감자 등을 재배하고 산나물을 뜯으며 산다.

민가가 끝나는 곳에서 길의 모습이 확 바뀐다. 두 사람이 교행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좁다. 그리고 하늘이 보이지 않는다. 태고의 원시림이 펼쳐진다. 원시림이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한 사람은 이 길을 꼭 찾아야 한다.

막 잎을 틔우는 온갖 활엽수가 하늘을 덮고 덩굴식물들이 그 가지를 감고 있다. 고사리는 배드민턴의 셔틀콕 모양으로 자라고 사이사이 속새라는 희귀식물이 까만 줄기를 드리운다. 영화 ‘쥬라기 공원’에서 본 듯한 모습이다.

약 1시간 쥬라기 공원을 걸으면 갑자기 하늘이 터진다. 곰배령 정상이다. 정상은 넓은 초원이다. 바람이 지나가는 길목이어서 키 큰 식물도 없다. 모두 발목까지 오는 풀이다. 그냥 풀이 아니라 꽃풀이다. 꽃의 잔치가 서서히 시작된다. 아이들이 초원에서 뛰논다. 다른 영화가 생각난다. ‘사운드 오브 뮤직’이다.

곰배령은 야생화보호지역이면서 봄철에는 산불 방지를 위해 자주 통제된다. 반드시 인제 국유림관리소(033-461-2401)에 연락해 개방여부를 확인하고 출입신고를 해야 한다.

바위 봉우리 사이로 울려퍼지는 철쭉들의 합창 ◆ 4월하순 / 전남 장흥군 제암산 철쭉 산행

제암산은 해발 807㎙로 그리 높지 않다. 그러나 높이에 비해 기골이 장대하다. 5부 능선 위로는 모두 바위 덩어리다. 과거에는 이름이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남도 끝자락에 붙어있는데다, 교통도 불편해 인근의 산꾼만 찾았다. 요즘에는 4월말부터 5월말까지 사람이 북적거린다. 바위 봉우리 사이의 철쭉 군락이 알려진 탓이다. 능선을 타고 철쭉밭이 이어져 있다. 제암산악회가 주축이 되어 10여년간 철쭉 군락 주변의 등산로를 정비했다. 그래서 이제는 남녀노소 불문하고 쉽게 찾아와 분홍빛 화원을 거닌다.

철쭉 군락은 제암산과 붙어있는 곰재산, 사자산 등과 이어져 있다. 작은 꽃밭부터 시작해 마지막에 큰 꽃밭을 보는 희열을 느끼려면 사자산에 먼저 올라 능선을 타고 곰재산-제암산의 순서로 산행을 하는 것이 좋다.

등산로는 임도로 시작된다. 임도는 사자산의 두 봉우리인 두봉과 미봉의 9부 능선까지 나 있다. 구불구불한 임도 사이사이 직선으로 산에 오르는 지름길이 있다. 임도의 끝은 패러글라이딩 활공장이다. 철쭉 군락의 시작이다. 꽃 군락은 능선길을 타고 멀리 향한다. 꽃길의 끝이 없다. 연초록의 신록과 분홍 꽃빛의 하모니가 절묘하다. 그러나 시작일 뿐이다.

두봉에 들렀다가 꽃길을 타고 사자산 미봉으로 그리고 곰재산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꽃의 색깔이 더욱 진해진다. 푸른 산이 아니다. 붉은 산이다. 곰재산 능선길은 소나무 몇 그루만 제외하면 모두 철쭉이다. 나무가 사람보다 크다. 꽃송이는 거의 어른의 주먹만하다. 바위에 걸터앉아 무념무상으로 꽃밭을 바라보면 마음까지도 붉어진다.

마무리는 제암산 주봉. 다시 산행을 시작하는 셈이다. 오르막길을 한참 오르다가 뒤돌아본다. 건너편의 곰재산 철쭉밭이 눈에 들어온다. 꽃이 핀 모습이 아니다. 아예 산에 불이 붙은 것 같다.

장흥은 제암산 말고도 명산을 하나 더 갖고 있다. 기암괴석으로 뒤덮인 천관산이다. 기왕에 나선 먼 길, 두 산을 모두 올라보자. 제암산 만큼은 아니지만 천관산에도 철쭉이 핀다. 천관산 문학공원은 최근 명소로 떠오르는 곳이다. 군민들이 손수 돌을 쌓아 800여기의 돌탑을 만들었다. 아예 탑의 숲이다. 공원에 오르면 우람한 돌탑 사이로 다도해의 풍광이 눈에 들어온다. 이국적인 모습이다. 장흥군청 문화공보과 (061)860-0223.

오색약수 들이켜고 설악 그윽한 풍취 만끽 ◆ 5월초/강원 설악산 주전골 계곡 신록 트레킹

설악산은 국내에서 가장 많은 관광객이 찾는 곳. 그 중에서도 사람의 발길이 가장 잦은 지역은 단연 외설악의 설악동이다. 산행이라기 보다는 관광코스로 여겨진다. 그 다음으로 많은 사람이 찾는 곳은 오색지구. 남설악의 능선을 거쳐 대청봉에 이르는 등산코스의 시발점이다.

이곳의 명물은 탄산수 맛이 나는 오색약수. 위장병과 빈혈에 좋다는 오색약수는 계곡 초입에 있어 다리 품을 들이지 않고 마실 수 있는 데다 양양과 인제를 잇는 한계령 둔덕에 위치해 지나는 길에 들르는 사람도 많다. 대부분의 방문자들은 약수 한 모금 마시고 물병을 채운 뒤 서둘러 떠난다. 오색에는 오직 약수만 있는 것처럼 생각하고.

사실 오색에는 약 2시간 정도의 트레킹으로 설악의 그윽한 풍취를 만끽할 수 있는 아름다운 계곡이 숨어있다. 주전골 계곡이다. 그리 가파르지 않고 위험한 곳엔 철다리와 안전난간이 놓여있어 아이들도 쉽게 트레킹을 할 수 있다.

트레킹은 오색약수 입구 건너편 계곡에서 시작된다. 차가 다닐 수 있는 넓은 길을 1.3㎞쯤 들어가면 성국사라는 절이 나타난다. 절터의 규모와 경내에 있는 보물 제497호 삼층석탑의 양식으로 볼 때 통일신라시대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성국사를 지나면 주전골의 절경이 펼쳐진다. 아무리 가물어도 이 곳의 옥수는 마르지 않는다. 눈을 들면 기암괴석의 봉우리가 병풍처럼 도열해 있다. 정확한 이름이 없는 이 봉우리는 산악인들 사이에 만물상, 혹은 주전봉으로 불린다.

물과 봉우리의 아름다움에 취해 한동안 걸으면 선녀탕이다. 대 여섯개의 소(沼)가 하얀 바위를 타고 연이어져 있다. 물은 신록의 색깔을 머금는다. 푸르름이 신선한 봄에도 아름답지만 홍엽의 색깔을 담는 가을에는 더욱 절경이다. 조금 더 오르면 금강문. 주전골 최고의 비경으로 바위와 숲, 계곡물의 풍광이 잘 어우러져 있다.

갈림길이 나온다. 왼쪽은 12폭포로 오른쪽은 용소폭포로 가는 길이다. 12폭포 길은 5월말까지 산불방지를 위해 폐쇄한다. 용소폭포는 이무기가 머물다 용이 되어 승천했다는 전설을 간직한 곳. 폭포의 규모가 그리 크지는 않지만 시커먼 소를 만들어 놓았다.

용소폭포는 트레킹의 종착지. 오던 길을 되돌아가거나 용소폭포 바로 위에 있는 용소주차장에 올라서면 한계령길과 다시 만난다. 약 3.2㎞. 짧은 구간이지만 신록의 아름다움에 푹 빠질 수 있다. 설악산의 위력을 유감없이 느끼게 해 주는 계곡이다. 설악산국립공원 관리사무소 오색분소 (033)672-2883.

/글·사진 권오현기자 k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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