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TV 드라마 '대장금'에 중종과 장금이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 나왔다. 중종이 말한다. "지난 겨울 너무 추워 동사한 백성이 많다 들었다. 무심한 겨울이 가니 봄이 또 오는구나." 그러자 장금이 말한다. "추운 겨울을 무심하게만 생각 마옵소서. 겨울이 추우면 보리가 많이 자라옵니다. 동사한 백성은 안타까우나 굶어 죽는 백성은 줄 것이옵니다. 또 겨울이 추우면 한사로 인한 병자는 많아지나, 남은 세 계절 돌림병은 적어집니다…"일반적으로 사람의 의식은 자신이 서 있는 자리를 반영한다. 겨울 추위로 말미암아 동사에 이른 사람은 겨울 추위가 한스러울 것이다. 하지만 겨울 추위 덕분에 굶어 죽지 않게 된 것을 안 사람은 지난 겨울 추위가 감사할 것이다.
우주의 가장 기본적인 원리는 음양이다. 음과 양이 한 짝이 돼 우주가 운행하는 것이다. 그 바탕 위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은 늘 음과 양의 양면성을 지닌다. 추운 겨울은 한사로 인한 병자를 만들어 내지만 대신 돌림병을 줄인단다. 추운 겨울을 무심하게만 보지 말라는 장금의 말이 따스하면서도 깊은 느낌으로 와 닿는다.
어느 한 쪽에만 편중된 자세가 세상을 얼마나 왜곡시켰던가. 그러한 자세에서 비롯된 자기 주장들이 충돌해 얼마나 많은 상처를 입혔던가. 양면 모두에 있는 가치를 잘 헤아리고 보듬는 것이 지혜다. 그 지혜는 선과 더불어 악에도 가치가 있음을 일깨워줄 것이다. 그 지혜는 자신이 원치 않는 일에도 가치가 있음을 일깨워줄 것이다.
그 지혜는 세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에 나름대로의 가치가 배어있음을 일깨워줄 것이다. 그리고 그 깨달음에서 자신에게 주어지는 모든 일을 열린 마음으로 맞을 수 있게 될 것이다.
그 깨달음이 깊어질 때, 만물에 대한 넉넉한 사랑이 움틀 것이다. 그런 너그러운 존재의 향기가 그립다.
노 희 담 신명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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