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도 탄핵을 빌미로 야당 죽이기로 작정한 겁니까."본보의 '총선 민심탐방' 3회째 기사가 나간 18일, 한나라당 대전시지부 관계자는 대뜸 이렇게 목청을 높였다. 이 관계자는 이어 호남지역 표심 변화를 실은 이날자 본보 지면을 가리키며 "호남은 그렇다고 치고, 여기선 열우당(열린우리당)을 얼마나 더 띄우려는지…"라고 따졌다.
이뿐이 아니다. "민심을 핑계로 열우당은 띄우고 야당은 메다꽂으려는 '짜고 치는 고스톱'식 보도"라고 비난하는 독자 전화도 심심치 않게 걸려왔다. 민주당의 한 예비후보는 "탄핵을 기화로 무조건 여당만 찍는 '묻지마 투표'를 유도하려는가"라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이들의 주장은 어디까지가 진실일까. 그 답에 앞서 이들의 아우성을 접하는 기자는 매우 혼란스럽고 황당하다. 현장 취재와 사실 전달에 충실한 결과가 '음모론'으로까지 매도당할 수도 있다는 색다른 경험과 무서움증에서다.
"바닥 민심과 기계적인 여론조사 결과는 다를 수도 있겠지…." 처음에는 이런 의문을 품고 발품을 팔았다. 그러나 현장의 목소리는 '탄핵 반대 70%'의 범주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길거리도, 재래시장도, 폭설 피해복구 작업이 한창인 농촌 들녘도 탄핵 반대가 '다수설'이었다. 이를 바탕으로 전국의 표심 르포를 연재했고, 탄핵에 찬성하는 목소리도 그 크기 만큼 다뤘다.
결과적으로 그 내용이 한쪽에는 도움이 되고 다른 쪽에겐 불리하다고 해도 그건 언론의 책임은 아니다. 사실보도가 일각에서 매도당하는 비정상적인 상황을 만들어낸 장본인은 바로 정치권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현실과는 거리가 있는 '찬성 절반, 반대 절반의 기계적 중립'식 언론보도는 오히려 그들에게 해악이 될 수도 있다.
전성우 사회2부 기자 swch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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