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은 생명의 근원이다.22일 '세계 물의 날'을 앞두고 물의 중요성을 새삼 돌아보게 된다. 물이 소중하다는 것은 우리 모두 알고 있지만 물을 취급함에 있어서는 그 동안 너무도 소홀함이 많았다. 우리 속담에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는 말이 있다. 위에서 모범을 보여야 한다는 말이지만 수질 관리 정책에도 그대로 적용할 수 있는 격언이다.
우리가 생활하는 주변의 도랑과 실개천에 악취 나는 더러운 물이 흘러도 대형 하수처리장에서 처리한 물이 강으로 흘러드니까 하류의 큰 강은 깨끗하게 유지될 수 있다는 생각은 잘못이다. 아랫물 정화에 정책의 초점을 맞춘 사이 오염된 윗물로 우리의 생활은 불편해지고 아랫물을 깨끗하게 유지하기도 어려워졌다.
우리나라 인구의 90%가 도시에 살고 있고 앞으로는 전 국토가 도시화될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우리는 도시 속에서 자연을 찾아내야 한다. 도시 속에서 자연 찾기는 가장 자연적인 물을 찾고 그 물이 흐르는 시내를 찾고 강을 찾아내는 것이다.
시내와 강은 멀리서 흐르지 않고 잠자면서도 흐름을 느낄 수 있고 산책할 때 손을 담가 볼 수 있도록 내 집 앞, 내 집 옆, 아니면 우리 동네에서 흘러야 한다.
우리 동네 실개천에 깨끗한 물이 흐르면 그 아래 동네의 더 큰 개천에도 맑은 물이 흐를 것이고, 그 아래 동네의 작은 강에도, 또 그 아래 동네의 큰 강에도 맑은 물이 흐를 것이다. 복원 사업을 하고 있는 청계천도 백운동천과 성북천 등 많은 지류를 갖고 있다.
이런 지류에 맑은 물이 흐른다면 청계천에도 맑은 물이 흐를 것이고 청계천이 흘러드는 중랑천, 중랑천이 흘러드는 한강에도 깨끗한 물이 흐를 것이다.
도심을 흐르는 오염된 하천을 정화하는 작업은 쉬운 일이 아니다.
하천을 흐르는 물을 정화하면서 그 주위를 생태적으로 복원하여 도시 속에서 환경적 기능을 발휘하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한 하천 복원 기술도 개발돼 있다.
지하의 흐름과 지표의 흐름을 공존시키면서 자연적인 강의 흐름에 따라 수질을 정화시키는 무동력 고효율 하천정화시스템이다.
오염된 하천수가 이러한 자연형 하천 정화 공정에 들어가면 유기물, 질소, 인 등 오염물질이 제거돼 맑은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 특히 고수부지 위에는 갈대와 장미 등을 심어 녹지와 화단을 조성함으로써 경관을 좋게 하면서 하부의 정화 기능을 높일 수 있다.
건천화된 하천에는 물이 흐르게 해야 하고 오염된 하수와 오수가 흐르는 하천은 과학적인 방법으로 정화해서 맑은 물이 흐르게 해야 한다. 하천 둑은 콘크리트 구조물이 아닌 돌멩이와 흙과 자갈과 나무와 풀이어야 한다.
고수부지에는 화단을 조성해서 모기와 파리 대신 벌과 나비가 날게 하고 꽃밭에 심은 장미는 유기농법으로 재배한 채소와 함께 시장으로 보낼 수도 있어야 한다.
군데군데 산책로도 있어서 연인들이 데이트를 즐기고 아이들이 엄마, 아빠 손잡고 나들이할 수 있어야 하며 체육시설도 있어서 꽉 막힌 헬스장과 찜질방에서 숨 막히게 땀을 빼는 도시인들을 자연으로 불러내야 한다.
도심에서 자연을 찾는 방법, 그것은 우리 주변에 있는 시내를 찾아내고 이 시내를 자연스럽게 가꾸는 것이다.
최 용 수 KIST 수질환경 복원연구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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