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그너 오페라의 명가수인 영국인 소프라노 귀네스 존스(59)가 첫 한국 공연을 앞두고 있다. 코리안심포니는 3회에 걸친 바그너 시리즈를 마련하고 첫 무대인 30일 저녁 7시 30분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공연에 그를 초청했다. 바그너의 오페라 '로엔그린' 중 엘자의 아리아 '엘자의 기도', '탄호이저' 중 엘리자베트의 아리아 '성스러운 전당이여', '신들의 황혼' 중 브륀힐데의 아리아 '희생의 노래'를 부른다.바그너 음악의 애호가라면 귀가 번쩍할 뉴스다. 국내 무대에서 좀처럼 듣기 힘든 바그너 음악으로 시리즈를 한다는 것도 그렇고, 더군다나 귀네스 존스가 온다니 반색을 할 일이다. 귀네스 존스는 1960년대 후반부터 1970년대까지 독일 바이로이트의 바그너 축제를 지배한 명가수로, '로엔그린'의 엘자 역만 빼고 바그너 오페라의 모든 주역을 섭렵했다. 특히 바이로이트 축제 100주년 기념작으로 1976년부터 5년간 공연된 '니벨룽의 반지'(지휘 피에르 불레즈, 연출 파트리스 셰로)에서 브륀힐데 역으로 바그너 가수로서 정점에 올랐다.
이번 서울 공연에서 그가 부를 브륀힐데의 아리아 '희생의 노래'는 '라인의 황금' '발퀴레' '지그프리트' '신들의 황혼'으로 이뤄진 4부작 '니벨룽의 반지' 최후를 장식하는 장엄한 노래. 브륀힐데는 사랑하는 영웅 지그프리트의 주검을 태우는 화염 속으로 뛰어들며 노래한다. "라인 강변에 커다란 장작 더미를 쌓아올려라. 불길이 하늘 높이 치솟게 하라. 그리고 그의 말을 끌고 오라. 나도 그 말을 타고 뒤를 따르리라. 이 용사의 신성한 명예를 함께 나누는 것이 나의 소망이다." 목소리의 질로 따질 때 슈퍼 헤비급 가수들만이 덤벼 들 수 있는 게 바그너의 오페라이지만, 이 노래는 특히 그러하다. 장장 20여 분간의 이 아리아를 부르려면 압도적인 중량감과 엄청난 스태미너가 필수다. 전성기를 한참 지난 67세의 가수가 부르기엔 벅차 보이지만, 귀네스 존스는 철저한 자기관리 덕분에 지금도 무대에 서는 현역이라는 점에 일단 기대를 걸어보기로 한다.
코리안 심포니의 바그너 시리즈는 30일 귀네스 존스 초청 공연에 이어 4월 1일, 4월 15일로 이어진다. 독일인 지휘자 아드리안 뮐러가 지휘하는 30일 공연은 모두 바그너의 곡으로 구성, 귀네스 존스의 노래 외에 '트리스탄과 이졸데' 전주곡, '탄호이저' 서곡, '신들의 황혼' 중 '지그프리트의 장송행진곡'을 연주한다. 4월 1일은 미국인 지휘자 로버트 올슨의 지휘로 로린 마젤이 관현악으로 편곡한 '니벨룽의 반지'를 연주하고, 4월 15일은 곽 승의 지휘로 '리엔치' 서곡과 '뉘른베르크의 마이스터징어' 발췌곡을 연주한다. 4월의 두 차례 공연에서는 바그너 외에 브람스의 바이올린 협주곡(바이올린 제니퍼 고), 모차르트의 '바이올린협주곡 3번'(바이올린 권혁주)도 들을 수 있다. 시간과 장소는 모두 오후 7시 30분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02)523―6258
/오미환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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