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인의 목소리로 한국 실향민의 한을 듣는다면 어떨까. 일본 연극 단체인 '3.1회'가 대한민국 연극제 희곡상(1979)을 받은 '그날, 그날에'로 한국 관객을 만난다. '그날, 그날에'는 고향을 코앞에 두고도 고향을 갈 수 없는 실향민의 애절한 심정을 다룬 작품으로 속초 아바이 마을 실화를 극화했다.극단 세대, 배우좌 등 일본 굴지의 극단 배우로 이룬 3.1회는 중견 연극인 30여명이 한국의 3·1 운동 정신에 감동해 모여 만든 단체로 1년에 한 차례 이상 프로젝트 공연을 펼치고 있다.
극단 대표이자 연출자인 이토 가쓰아키(伊藤勝昭)는 "3.1회는 3·1운동에서 인종과 종교 이념을 뛰어넘는 세계사의 위대한 정신을 보았고 이를 연극으로 승화하고자 한다"면서 "한일합방이 남북 분단에 끼친 역사적 책무를 느끼며 그 양심의 소리를 무대화하겠다"고 의도를 설명했다.
'그날, 그날에'는 1979년 제3회 대한민국연극제에서 이주실 송승환 길용우 등이 열연, 문화공보부장관상 희곡상 남우주연상을 거머쥐었고 당시로서는 금기시된 분단의 한국사를 무대화해 눈길을 끌었다.
통일을 바라보는 기성세대와 신세대의 갈등을 축으로 질박한 함경도 사투리 대사와 동해안 실향민 사회의 생활상을 현실감 있게 그렸다. 공연은 일본어로 진행하고 자막은 함경도 사투리로 나온다. 주최 극단 예맥.20∼23일 문예진흥원 예술극장(서울), 25일 속초시 문화회관 (02)318―3346
/이종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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