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의 3%만 갚으면 신용불량자 등록이 해제된다. 배드뱅크 이용 시점부터 연체 이자는 전액 탕감되고, 일정 기간(1년 정도) 저리로 원리금을 성실히 상환하면 원금 감면 혜택도 주어진다. 게다가 배드뱅크 원리금을 갚지 못해도 신용불량자로 재등록되지는 않는다.'17일 발표된 '배드뱅크(Bad Bank)'의 골격은 결국 대규모 탕감이었다. 배(원금)보다 배꼽(연체이자)이 더 큰 신용불량자라면 원리금의 50% 이상을 사실상 탕감 받게 되고, 게다가 1년 정도 성실히 상환 계획을 이행만 하면 추가로 원금까지도 감면을 받을 수 있을 전망이다. 신용불량자 수를 줄이는 데는 톡톡히 효과를 거두겠지만, 성실히 빚을 갚아온 이들과의 형평성을 크게 훼손했다는 비판은 면치 못하게 됐다. 배드뱅크 구상을 문답식으로 살펴본다.
―대상자의 경우 채무의 3%만 갚으면 다른 검증 절차는 없나.
"신용불량자가 3%를 갚는 것도 대단한 의지라고 생각한다. 다른 검증은 필요하지 않다고 본다. 대신 배드뱅크 이용자들의 상환 및 연체 기록을 전 금융기관에서 공유해 완전한 신용 사면은 해주지 않기로 했다."
―모든 채무가 3월10일 기준으로 6개월 이상 연체돼야 하나.
"아니다. 최소 1개 금융기관 채무만 6개월 이상 연체되면 된다. 이 경우 6개월 미만 연체 채무까지 모두 배드뱅크에 넣을 수 있다."
―5,000만원 금액 기준에 정상 채무도 포함되나.
"그렇다. 정상 채무 및 담보 채무를 포함해 금융기관의 총 채무 원금이 5,000만원을 넘지 않아야 한다. 단 연체 이자는 제외다."
―그렇다면 정상 채무나 담보 채무도 배드뱅크에 넣을 수 있다는 얘기인가.
"정상 채무와 담보채무는 금액 기준에는 적용되지만 배드뱅크를 통해 채무 조정을 받을 수는 없다."
―사례를 들어 설명해 달라.
"A사에 6개월 연체 원금 2,000만원(연체이자 1,000만원), B사에 3개월 연체 원금 1,000만원(연체이자 500만원), C사에 정상 채무 원금 1,000만원이 있다고 치자. 채무 원리금 총 합계는 5,500만원이지만 원금은 4,000만원으로 배드뱅크 이용 대상이다. 단 연체 이자는 탕감되고 정상 채무는 제외돼 A, B 두 금융기관의 연체 원금 3,000만원만 배드뱅크에 넣을 수 있다."
―배드뱅크 금리와 성실한 상환자에 대한 인센티브는.
"금리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연 5∼6% 선이 될 것이다. 또 최소 1년 이상 원리금을 성실히 갚으면 원금 감면이나 무이자 혜택을 주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상환 계획을 이행하지 않는 이들은 어떻게 되나.
"3개월 이상 원리금을 갚지 않으면 탕감해 준 연체 이자를 다시 물리고 남은 기간 17% 안팎의 높은 연체 이자율을 적용한다. 또 채권 추심도 한층 강화할 것이다."
―배드뱅크 관련 상담은 어디서 하나.
"각 금융기관에 흩어졌던 상담 창구를 일원화하기 위해 18일부터 '배드뱅크 설립지원 콜센터(02-2193-0300∼4)'를 운영한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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