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코스닥 시장을 중심으로 적대적 인수합병(M&A) 시도가 급증하자 경영권을 방어하는 측의 움직임도 다양해지고 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적대적 M&A에 휘말린 업체 직원들이 경영진과 합심해 조직적으로 반대의사를 표명하는가 하면, 일부 기업들은 '황금 낙하산'이나 '초다수결의제' 등 신종 경영 방어기법을 도입했다.
직원들이 사측과 합심해 M&A 방어
지난 11일 의료 솔루션 업체인 유비케어와 정보검색 솔루션업체인 쓰리소프트 직원들은 각각 경영권 인수를 시도하는 엠디하우스와 이스턴텔레콤에 대해 반대 성명을 냈다. 이보다 하루 앞서 비투비인터넷이 적대적 M&A를 추진하고 있는 아이콜스 직원들도 전직원 사퇴 불사를 표명하며 M&A 반대를 공식 선언했다. 현 경영진을 대변하는 구창관리시스템과 2대주주인 SBW홀딩스, 최근 최대주주에 오른 대한전선 등이 격한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쌍방울도 15일 전 임직원이 총사퇴를 불사한다며 경영권 분쟁 종식을 촉구했다.
기업이 적대적 M&A에 휩쓸렸을 경우 직원들이 이에 반대하는 것은 일차적으로 인수 후 인력 조정이 있을지 모른다는 우려 때문이다. 그러나 이들 직원들은 M&A를 시도하는 기업이 부실해 자사가 동반 부실에 빠질 우려가 있다는 점도 이유로 내세우고 있다. 실제로 최근 코스닥기업의 경우 인수 직후 새로운 대주주가 회사 돈을 횡령하고 잠적하는 등의 일이 빈번해, 전문가들은 투자자들에게도 'M&A 테마'라며 맹목적으로 매수하지 말 것을 권하고 있다.
신종 경영권 방어기법 도입
주총 시즌을 맞아 정관 변경을 통해 경영권 방어제도를 도입하는 기업도 늘고 있다. 이오리스는 지난 4일 열린 정기주주총회에서 정관변경을 통해 '황금 낙하산' 제도를 도입했다. 황금 낙하산이란 임원 등을 해임할 때 거액의 퇴직금을 주도록 해 적대적 M&A를 어렵게 만드는 경영권 보호 기법이다. 주주의 이익을 해친다는 부정적인 평가도 있으나 진흥기업과 현대멀티캡 등도 이번 주총에서 황금 낙하산 조항을 삽입할 계획이다.
'초다수결의제'를 도입하는 업체도 있다. 초다수결의제는 적대적 M&A 시도가 있을 경우 이사회 교체 조건을 참석주주 의결권의 3분의 2 이상, 발행주식 총수의 3분의 1 이상인 주총 특별결의보다 더 까다롭게 하는 것을 말한다.
케이디씨와 스타맥스, 시그엔 등이 앞으로 열릴 주총에서 적대적 M&A나 합병으로 이사회를 교체할 경우 출석주주 75∼90% 이상의 동의를 얻도록 정관을 변경할 계획이다.
삼성증권의 유욱재 연구원은 "최근 적대적 M&A 시도가 늘면서 공격뿐 아니라 방어 기법도 다양해지고 있으나, 소액주주의 권리를 침해하거나 주가를 떨어뜨리는 경우도 있다"며 "경영권 방어의 가장 확실한 방법은 대주주의 지분을 늘리거나 기업 가치를 높여 주가를 높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진주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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