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이 넘으면 세상이 따뜻하게 보여요."손현숙은 소위 말하는 민중가수다. 88학번인 그는 졸업 후 록그룹 '천지인'의 보컬로 활동했다. 그의 노래는 공연장보다는 주로 거리에서 울려 퍼졌다. 양심수 석방을 위한 콘서트, 촛불집회 등 인권과 평화 환경운동 단체의 문화공연에서 손현숙을 만나는 건 어렵지 않았다.
그 손현숙이 2집을 발표했다. 손현숙을 민중가수로 알고 있던 사람은 의아스러울 수도 있다. 지난 98년 낸 1집을 '청계천 8가' 등 사회에 대해 날이 선 노래로 채웠던 그지만 새 음반은 다르다. 그의 노래는 세상에 대한 날을 거두고 따뜻해져 있다. 결혼식 날 아름다운 나의 모습에 환한 웃음을 짓는 어머니를 보고 울음이 터지는 새 신부('눈물의 결혼식')의 모습이기도 하고 삶의 빛나는 날은 온통 곰팡이 슬어 세상의 습한 그늘에 기댄 서른살('서른 즈음의 권태')을 노래하기도 하고 퇴근길에 어머니 좋아하시는 과자를 사 들고 가 야윈 어깨를 주물러 드리자 마음먹는 효녀('효도 하는 날')이기도 하다. 그렇게 공장과 거리에서 눈을 돌려 손현숙은 주변에 대해 따뜻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
"5년만의 음반이고 나이도 먹고 결혼도 하니 주변을 넓게 바라보게 된 것 같아요. 젊은 치기로 바라보던 때와는 달라요." 새 노래에는 포크 냄새가 물씬 난다. 거칠면서도 수줍은 목소리는 따뜻한 온기를 지니고 있다. 앨범 프로듀스를 맡은 김현성과 음유시인 백창우 등의 서정성과 합해진 이유도 있다. 그는 1997년부터는 김현성, 손병휘 등과 함께 프로젝트 그룹 '혜화동 푸른섬'의 일원으로 활동하고 있기도 하다. "포크건 민중가요건 사람들에 대한 따뜻한 마음을 노래하는 건 같잖아요." 그녀는 이 달 26일 청개구리홀에서 대선배 이정선과 함께 무대에 서고 다음달 23, 24일에는 대학로 컬트홀에서 총 3회에 걸쳐 콘서트를 연다. (02)742―8037
/최지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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