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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이 건강이다]<6> 무서운 환경병 아토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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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이 건강이다]<6> 무서운 환경병 아토피

입력
2004.03.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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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동작구의 C보육원. 첫돌도 안 된 영아에서부터 18세 고교생까지 80명의 아이들이 오밀조밀 살고 있다. 비교적 최신 시설인 이 대형 보육원의 교사들은 요즘 새로운 고민거리와 씨름하고 있다. 보육원생의 25%인 20명이 아토피성 피부질환으로 고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주로 관절 부위와 목 등의 가려움을 호소하고 그 중 5명은 증세가 심해 밤잠을 설칠 정도로 고통 받고 있다.비교적 영양상태와 주거시설이 좋은 아이들에게서 주로 나타나 선진국형 피부병으로 알려진 아토피가 보호시설과 저소득층 어린이들에게까지 광범위하게 퍼진 데 대해 보육원은 난감해 하고 있다. 아이들을 돌보고 있는 임지은 사회복지사는 "보육원이 간선도로와 다소 떨어져 있어 공기가 그리 나쁜 것도 아니고 육식을 많이 하는 것도 아닌데 이유를 알 수 없다"고 한숨을 내쉰다. 그렇다고 경제적으로 빠듯한 보육원에서 일반 가정처럼 식단을 무공해 식품으로 송두리째 바꾸거나 공기청정기나 가습기를 달 수도 없어 안타까움은 더해간다.

경희대병원 피부과 허충림 교수는 "아토피성 피부질환은 체질적 요인 외에 환기가 안 되는 콘크리트 건물, 중앙집중 난방 등 생활환경적 요인과 강한 세정제를 쓰고 모유수유를 기피하는 생활습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며 "진단 범위가 광범위해 발병률이 적게는 전체인구의 5%, 많게는 40%까지 이른다"고 말했다. 아토피는 유아기에는 단순한 피부질환이지만 나이가 들면서 알레르기성 비염이나 기관지 천식, 알레르기성 결막염 등으로 진행된다. 특히 저소득층과 보호시설 아동들이 상대적으로 치료와 시설개선 혜택 등을 받지 못하는 측면이 있어 더욱 심각하다. 서울환경연합 이지현 부장은 "아토피는 이제 피부병이 아니라 우리나라의 대표적 환경병이 됐다"고 강조했다.

아토피는 1차적으로 부모, 특히 모체(母體)의 영향이 가장 크다. 임신했을 때 엄마가 어떤 환경에서 어떤 음식을 먹고 생활했는지가 아이에게 그대로 나타난다. 이와 관련 삼성제일병원 건강증진센터 김상만(가정의학과) 박사팀은 "물과 토양, 음식과 약물사용 등을 통한 여성들의 구리성분 과다 섭취(구리 중독)가 주 원인"이라는 새로운 연구결과를 내놓았다.

인체에 필요한 미네랄 성분 가운데 구리와 아연은 단백질을 통해 함께 섭취하게 되는데 최근 식생활 변화로 구리 섭취는 많아지는 반면 아연 등 미네랄과 비타민 섭취가 감소하고 있다. 아연 마그네슘 등 미네랄과 비타민은 지방산 대사에 필요한 효소를 합성하게 되는데 구리의 과잉 섭취는 결국 지방산 대사를 방해하고 이는 면역기능에 관여하는 아라키도닉산(Arachdonic acid)을 합성하지 못하는 결과를 낳아 알레르기성 피부질환이 심해지게 된다. 김 박사팀은 "다양한 임상조사에서 아토피 환자들은 지방산을 대사하는 효소인 탈수소화효소가 결핍돼 있었다"고 말했다. 특히 구리는 알레르기 작용을 일으키는 히스타민이라는 물질의 생성에 관여하고 있어 구리 수치가 높을수록 알레르기 반응은 심해졌다.

구리수치가 높게 나타나는 구리중독은 성인 여성에서 흔하다. 여성 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이 구리와 연관돼 있기 때문이다. 집안에서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구리관은 식수와 요리용 물의 구리 농도를 높인다. 아연 등 미네랄이 부족한 오염된 토양에서 자란 먹거리들도 구리 수치를 상대적으로 상승시킨다. 경구용 피임약 남용도 여성호르몬을 활성화시켜 인체의 구리농도를 높인다. 밥 대신 구리 함량이 높은 빵 과자 초콜릿 등 가공식품이나 패스트푸드로 끼니를 해결하는 산모의 식습관은 영향 불균형을 유발해 태아에게 영향을 주고 아토피를 유발한다. 현대 여성들은 직장생활 등으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면서 호르몬 작용이 일어나 구리 농도가 높아진다. 임신 중 구리 중독은 기형아 출산이나 학습장애, 과잉행동을 유발한다. 김 박사팀이 아토피성 피부염과 알레르기 비염으로 진단 받은 5세 여자 아이의 모발을 검사한 결과, 구리(Cu) 농도가 8.9mg으로 아연 마그네슘 등 다른 미네랄보다 크게 높았다.

김 박사는 "구리 과잉은 구리가 높게 함유된 물이나 환경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면 악화된다"며 "구리가 많이 함유된 게 가재 새우 조개 마른과일 토마토케첩 초콜릿 설탕가공식품 등이 인체 내 구리 수치를 높인다"고 말했다. 실제로 아토피성 피부염 진단을 받은 8세 남자 아이의 경우 초콜릿을 먹으면 피부발진이 심해졌다. 반대로 현미 두부 굴 등 아연이 많이 함유된 음식 섭취를 늘리면 아토피 질환은 호전됐다.

김 박사는 "1년간의 임상 결과 다른 어떤 처방도 소용이 없던 환자도 구리가 조직에 축적되는 것을 감소시키는 식이요법과 운동요법 등으로 상태가 좋아졌다"고 말했다.

결국 아이가 아토피나 천식 등 알레르기 질환을 앓고 있다면, 체질적 요인을 따져보는 것 이상으로 먹거리와 생활습관, 주변 공기와 실내외 환경이 어떤지를 먼저 점검하고 적극적으로 바꿔가야 한다.

/김호섭기자 dream@hk.co.kr

■"아·천사 프로젝트" 펼친다

환경재단 자원활동센터는 어린이 환경병인 아토피와 천식을 추방하기 위한 '아토피·천식 아동 지원사업'(아·천사 프로젝트)을 펼친다. 이를 위해 11일 서울 구로구와 아·천사 프로젝트 협약식을 갖고 저소득층 어린이와 복지시설 아동들의 환경성 질환에 대한 교육 및 치료지원 사업과 저소득층의 환경개선사업을 공동 추진키로 했다. 또 자원활동가 모집을 통해 의료지원 및 공기청정기·청소기 보내기 사업을 펼치고 공개 강연 등도 열 예정이다.

이날 협약식에서 환경재단 최열 상임이사는 "최근 급증하고 있는 어린이 아토피와 천식은 환경오염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며 "구로구와 공동으로 치료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는 저소득층에 대한 지원사업을 벌여 환경친화적이고 건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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