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실업자 박모(27)씨는 최근 인터넷 취업사이트를 뒤지던 중 눈이 번쩍 띄는 한의대 유학광고를 발견했다. 2005년부터 의료법이 변경돼 중국 중의대나 미국 한의대를 나와도 국내 한의사 면허시험 응시자격이 주어지고 국내에서 학점을 취득, 외국 대학에 유학하는 것도 가능하다는 얘기였다. 박씨는 국내에서 일정 학점을 따서 미 한의대로 유학할 것을 결심하고 3개월 수업료 320만원을 납부한 뒤 수업을 들었다. 그런데 며칠 전 보건복지부에 문의했더니 외국 한의학 관련학과 졸업자의 국내 한의대 응시를 불허하는 현 제도가 유지되기 때문에 미 한의대에서 한국교육기관 이수 학점을 인정 받기도 어려울 것이라는 설명이었다. 박씨의 항의를 받은 학원측은 "세계무역기구(WTO) 협정이 곧 타결되면 의료시장이 개방될 테니 걱정 말라"며 환불을 거부했다.극심한 취업난으로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청년실업자의 절박한 심정을 악용하는 외국대학 사설학원 유학원 등의 한의사 유학 관련 허위·과장 광고가 범람하고 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있는 S한의대는 서울 영등포에 한국본부를 개설, '2005년부터 한국 의료활동 가능'이라는 문구를 내걸고 학생을 모집하고 있다. 이 대학 홈페이지는 "2005년부터 외국 한의사들이 국내 면허시험에 합격할 경우 당당히 의료행위를 할 수 있는 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고 광고하고 있다.
중국 중의대 입학전문인 A유학원 관계자는 "면허 취득이 수월한 중국 미국 캐나다 등의 한의학 관련 대학 유학에 관심을 갖는 젊은이들이 부쩍 늘면서 상당수 유학업체는 물론, 외국의 한의대까지 국내 의료시장 개방을 기정사실화하면서 학생들을 현혹하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이 때문에 교육부와 복지부는 최근 홈페이지에 "중국 중의대, 미국의 한의대 등 졸업자에게는 국내 한의사 국가시험 응시자격을 주지 않는다"는 주의문을 게재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학력이 인정되지 않는 볼리비아 파라과이 등 중남미 지역의 의대나 치의대를 나와도 마치 국내 의사면허 취득이 가능한 것처럼 속이는 브로커까지 활개치고 있다"고 말했다.
/고재학기자 goindo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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