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에 깊은 산골의 농부와 갯마을의 어부가 사돈을 맺었다. 농부의 딸이 어부의 아들에게 시집을 간 것이다. 시집 간 딸이 어떻게 사는가 궁금하여 농부가 바닷가 사돈집으로 갔다.어부는 귀한 사돈이 왔다고, 바닷가에서는 그야말로 귀해서 정월 대보름날에나 겨우 입에 대는 산나물 반찬을 한 상 그득 대접했다. 농부는 딸을 고작 이런 집으로 시집을 보냈는가 싶어 한숨이 나왔지만 아무 소리도 않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러던 어느날 어부가 산골 사돈집으로 놀러 왔다. 농부는 지난번 일이 괘씸스럽기도 했지만 산골에서는 그야말로 귀해서 조상 제사 때거나 생일날에나 겨우 맛을 보는 미역국에 어물 반찬을 대접했다. 싱싱한 어물은 구할 수 없어 마른 어물을 대접했다. 어부 또한 무슨 손님 대접을 이 따위로 하나 싶어 화가 났지만 아무 소리도 않고 집으로 돌아왔다.
어릴 때 이솝 우화 속의 '여우와 두루미의 음식 대접'보다 먼저 들은 얘기였다. 누구를 대접할 때 상대 입장을 먼저 헤아리라는 뜻이었다. 그 이야기를 하며 할머니는 "음식으로 의 상한다"는 말씀을 하셨다. 아마 서로 못 먹고 못 살던 시절의 이야기일 것이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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