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국면에서 지지율 급등이라는 엄청난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는 열린우리당에 최근 묘한 기류가 흐르고 있다. 비리에 연루되거나 선거법 위반 혐의를 받아 은인자중하던 인사들이 슬며시 전면에 나서려 하고, 당에서도 이를 눈감아 주려는 움직임이 그것이다.예를 들면 자신의 측근이 지역주민에게 식사를 제공한 혐의로 구속된 데 대해 책임을 지고 1월 불출마를 선언했던 송석찬 의원은 17일 "출마하겠다"며 불출마 선언을 뒤집었다. 썬앤문 그룹에서 1억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이광재 전 청와대 국정상황실장도 16일 경선에서 승리, 총선 후보로 당당히 부활했다. 당에선 "경선에서 이겼으니 어쩔 수 없는 것 아닌가"라는 반응 뿐이다. 선거운동원에게 2,000만원의 돈을 건넨 혐의로 구속돼 있는 정만호 전 청와대 의전비서관을 "옥중 출마라도 시켜야 한다"는 주장도 강하게 제기될 정도다.
부인이 돈봉투를 돌린 사실이 드러나 불출마 선언을 했던 남궁석 의원에 대해선 "비례대표라도 주자"는 말이 나오고 있다. 인천 중·동·옹진에선 경선에서 이겼지만 선거법 위반으로 당선 취소를 당한 한광원 후보를 당 지도부가 재공천해 버렸다. 이 모두가 우리당이 누누이 강조했던 '깨끗한 후보 공천 원칙'을 고스란히 깨는 것이다.
우리당은 틈만 나면 "선거법 위반자 뿐 아니라 비리 연루자도 철저히 조사해 공천에서 배제하겠다"고 공언해 왔다. 그러나 지금 그 약속은 오간 데 없고, 탄핵 국면을 어떻게 총선에 유리하게 이용하느냐에만 골몰하는 듯하다. 우리당이 탄핵 역풍을 틈타 스스로 정한 원칙을 어긴다면, 우리당이 그토록 강조하던 '국민의 뜻'이 이를 용납치 않을 것이다.
정녹용 정치부 기자 ltre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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