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탄핵정국에 모든 국가적 이슈가 묻혀버리고 말았다. 6자 회담이 끝난 후 북핵 문제도 우리의 관심에서 사라진듯하다. 관심에서 사라진 만큼 위험도 사라졌으면 좋겠다. 그러나 핵문제의 본질상 위험은 우리의 무관심과는 상관없이 잠복한 채 더 커가고 있는 것이 아닐까. 웬디 셔먼은 클린턴 대통령 후반기 대북조정관으로 매들린 올브라이트 당시 국무장관의 평양방문을 수행하여 김정일을 만났었다. 그가 얼마 전 이화여대 대학원에서 학생과 북핵 문제를 놓고 토론을 벌였다고 한다.■ 셔먼은 부시 정부의 북한 핵 대처방법을 비판하면서 존 케리 민주당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직접대화로 해결을 모색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부시의 대북정책을 싫어하는 많은 한국인들이 이런 이야기를 듣고 케리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한국이 원하는 평화적 해결로 가지 않겠느냐고 생각한다. 그러나 셔먼이 한 말을 자세히 살펴보면 그렇게 단순한 평가를 내리기는 힘들다. 셔먼은 케리가 대통령이 되어도 미국의 CVID 정책에 변화가 없다고 말한다. 즉 완전하고(complete) 검증가능하고(verifiable) 되돌릴수없는(irreversible) 핵프로그램의 폐기(dismantlement)의 원칙은 초당적이라는 뜻이다.
■ 부시와 케리가 다른 점은 협상 방식이다. 케리는 북미간 직접협상에 의한 해결을 추구하겠다고 밝혔다. 즉 북한과 마주 앉아 집중적으로 담판을 하겠다는 요량이다. 바로 북한이 그동안 줄기차게 주장해 오던 방식이다. 그런데 이 협상방식의 문제점은 파행으로 끝난 1994년 클린턴 정부 때의 제네바합의가 말해주고 있다. 다시 양자간 협상이 실패하면 어떻게 될 것인가. 그 때 다시 6자 회담으로 넘기는 것이 가능할까. 이것은 '케리정부'가 용인하지 않을 것이다. 회담이 실패할 경우 미국이 취할 수 있는 방법은 안보리를 통한 제재이거나 미국의 독자적인 물리력 사용일 것이다.
■ 북핵 문제에서 중도의 해결은 없다. 즉 북한이 핵 프로그램을 폐기하든가 미국이 북한 핵 보유를 용인해야 평화적 해결이 가능하다. 이것이 북핵 문제가 안고 있는 위험성이다. 셔먼은 이대 강연에서 한국학생에게 "북핵이 두렵지 않느냐"고 물었다고 한다. 미국은 북한의 핵무기개발을 결코 용인할 수 없는 사실로 받아들이는 데, 한국인은 별로 위험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북한이 미국대선 결과를 기다리는 것이 꼭 유리한 일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김수종 수석논설위원 sj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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