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섭(1914~1965)과 박수근(1916~1956)의 미공개 작품들이 나란히 한 자리에 나온다. 가람화랑이 17일 개막, 31일까지 여는 ‘한국적 아름다움의원형’ 전에서다.일제 말기부터 한국전쟁을 거쳐 본격적인 경제개발이 시작되기 이전의 시기까지 비슷한 시기에 활동한 두 사람은, 그 시대를 뛰어넘어 오늘의 한국인들에게도 가장 사랑받는 화가들이다. 그들의 그림이 한국 땅에 사는 이라면 생래적으로 느낄 공통적 정서를 가장 뚜렷이 표현하고 있기 때문일것이다.이번 전시는 그간 볼 수 없었던 두 사람의 미공개작들을 감상할 수 있는기회라는 점에서 반갑다. 박수근의 1963년 작 유화 ‘고목과 여인’을 비롯한 연필화, 이중섭의 유화 ‘욕지도 풍경’ 과 ‘봄’이 그것들이다.미술평론가 최석태씨는 박수근이 종이에 연필로 그린 그림들은 흔히 스케치라고 말하는 그림과는 달리 연필화라는 이름으로 구별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아이 업은 소녀’ ‘앉아 있는 여인’ 등의 제목이 붙은 이 그림들은 분명 나중에 유화로 발전한 것이기는 하지만, 박수근 특유의 화면으로 당당하게 발언하고 있는 독립적인 작품이라는 것이다. 동료와 야외에서 작업하는 모습을 그린 연필화 ‘두 남자’는 박수근의 현장 작업에 대한 생생한 보고서이기도 하다. 전시는 다수의 박수근 연필화와 스케치를발굴해 소개하고 있다.
이중섭의 작품으로는 처음 일반에 공개되는 ‘욕지도 풍경’과 ‘봄’ 외에 은지화 몇 점도 같이 나왔다. 특히 ‘욕지도 풍경’과 ‘봄’은 시인김광균(1914~1993)이 소장했던 작품들이다. 김광균은 해방 후 서울대병원에 입원해있던 시인 오장환을 문병하러 갔다가 이중섭을 처음 만난 후 절친한 사이가 돼 이후 이중섭에게 알게모르게 많은 도움을 준 것으로 알려져있다.
‘욕지도 풍경’과 ‘봄’은 이중섭이 월남해 경남 통영에 머물던 시절에그린 작품들이다. 이중섭 하면 대표적인 황소 그림에서 나타나는 강렬한선을 ‘욕지도 풍경’에서도 볼 수 있다. ‘봄’은 그가 기억하는 어린 시절의 봄꽃과 인생의 봄을 맞은 처녀의 모습을 병치시켜 낙원의 이미지를형상화한 작품이다. 둘 다 이중섭의 강렬한 예술적 생명력을 느끼게 한다. 문의 (02)732_6170
하종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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