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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만봐도 가슴철렁"/강원 "산불 노이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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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만봐도 가슴철렁"/강원 "산불 노이로제"

입력
2004.03.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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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까지 이 악몽에 시달려야 하나요." 계속된 산불로 강원지역 재산, 인명피해가 잇따르면서 주민들이 산불 노이로제에 몸서리를 치고 있다.강원지역에서는 16일에도 또 산불이 발생했다. 이날 밤 11시35분께 강릉시 옥계면 산계리 속칭 금단이골 야산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산불이 나 가옥 3채가 불타고 주민 305명이 긴급 대피했다. 이불은 발생 11시간 30여분 만에 진화되기는 했으나 주민들은 산불 얘기만 나오면 치를 떤다.

지난 10일 산불이 번지면서 도심이 쑥대밭이 된 속초시 조양동 논산리 주민 이정순(90)할머니는 당시 실신해 병원에 실려간 뒤 아직도 기력을 못 찾아 미음과 약을 먹으며 누워지내고 있다. 며느리 최주하(67)씨는 "어머님이 얼마나 놀랐는지 불만 보면 몸서리를 치신다"며 "마을회관에서 지내는 주민들 중 상당수가 밤에 잠을 잘 못자는 등 불안감에 시달리고 있다"고 말했다.

속초보건소 노성익 소장은 "피해주민뿐아니라 화재현장을 지켜 본 주민들도 대부분 놀라서 가슴이 두근거리고 답답해 한다"고 전했다. 보건소는 이들 주민들에게 비상약과 구급함을 지급하고 있다.

같은 날 불이 났던 고성군 간성읍 지역도 마찬가지. 간성읍 금수리 이무훈(58)씨는 지금까지 병원에 다니며 치료를 받고 있으나 일이 제대로 손에 잡히지 않고 있다. 당시 불이 처마 밑까지 쳐들어와 유리창이 녹아 내리고 지붕이 화염에 휩싸인 현장을 지켜 본 이씨는 "불을 쳐다보기만 해도 가슴이 철렁한다. 한 두번도 아니고 세 차례나 큰 불을 겪다보니 불공포증이 생겼다"고 말했다.

산불 노이로제까지 확산시키고 있는 대형산불의 가장 큰 원인은 기상상태. 건조정도와 바람의 세기가 피해를 좌우한다. 주민들은 올해도 참혹한 피해를 낸 2000년 봄처럼 연일 강원 동해안과 산간지역에 건조경보가 내려지고 수시로 폭풍경보까지 겹쳐 대형 산불 '4년 주기설'이 현실화하는 것 아니냐며 더욱 가슴을 졸이고 있다.

특히 산불(1996)―산불(2000)―수해(2002 루사)―수해(2003 매미)―산불(올 봄)이 이어지면서 삶이 초토화하자 주민들은 "강원도에 액운이 낀 것 아니냐" "도대체 재앙이 계속되는 이유가 뭐냐"며 근원적인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16일 밤 11시35분 불이나 70여㏊가 불에 탄 강릉시 옥계면 산계2리 강웅 이장은 "주민들이 불안해서 잠이나 제대로 자겠느냐"며 "불침번을 서든지 해야겠다"고 하소연했다.

/강릉=곽영승기자 yskwa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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