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여세 74억여원을 포탈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전두환 전 대통령의 차남 재용(사진)씨가 검찰 수사 직후 미국에 체류할 당시 괴자금 167억원의 출처가 드러나는 것을 막기 위해 장인으로부터 이 돈을 받은 것처럼 조작을 시도했던 것으로 밝혀졌다.재용씨는 그러나 1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6부(김문석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첫 공판에서 "1987년 12월 결혼식 때 외조부와 친지들로부터 받은 축의금 18억원의 관리를 외조부에게 부탁드렸다가 2000년 12월 채권 형태로 돌려 받은 것"이라고 기존 주장을 되풀이했다.
검찰 관계자는 이날 "재용씨는 미국 체류중 비자금을 고위 공직자 출신인 자신의 장인에게서 받은 돈으로 꾸미려 했다"며 "그러나 처가측이 '돌아가신 분의 명예를 더럽힐 수 없다'고 반대하자 대신 외조부를 끌어들인 것 같다"고 말했다.
검찰은 공판에서 당시 18억원이라는 막대한 돈을 축의금으로 받아 13년 만에 167억원으로 돌려받았다는 진술에 신빙성이 없는 점 계좌추적 결과 괴자금 가운데 일부를 전씨 측근이 관리해 온 점 지난달 자택 조사에서 전씨가 "장인에게 수십억원을 줬다"고 진술한 점 등을 들어 "괴자금의 출처가 전씨 비자금 아니냐"고 추궁했으나 재용씨는 "그 부분에 대해서는 말할 수 없다"며 '축의금 주장'만 반복했다.
재용씨는 또 검찰의 수차례 종용에도 불구, 귀국을 미룬데 대해 "언론에서 '수백억원을 해외로 빼돌렸다' '탤런트 P양에게 수십억원을 줬다'는 내용이 연일 보도돼 두려웠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지성기자 j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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