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하고 싶지 않을 때가 있어요. 인터뷰도 방송도 귀찮고. 회사와 다음 앨범 낼 계약이 있다는 현실이 답답할 때도 있어요. 낚시하면서 물 바라보고 책 보고 음악만 들으며 살고 싶어요. 음악, 물, 책은 다 없어도 좋으니 그냥 콘크리트만 없는 곳이라도 좋겠어요."조규찬(33)은 음악하며 사는 삶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다. 1989년 유재하 가요제에서 수상하면서 가요계에 발을 들여 놓아 벌써 15년째 가수로 살고 있는 그다. 일반인이 생각하기에 가수의 삶은 꽤 괜찮아 보인다. 매일 출근할 일도 없고 간섭하는 사람도 없다. 특히 자기만의 영역을 확실하게 구축하고 있는 조규찬 정도라면 더욱 그렇다. 하지만 그의 마음에는 탈출 욕구가 꿈틀대는 듯 했다. 여느 회사원처럼. "자유롭지만 절대 자유는 아니죠. 사람들은 시간을 주고 그 시간 안에 음악을 만들어 내라 하고 그리고 결과가 별 볼일 없으면 혹독하게 비난하잖아요."
지난해 말 7집 '싱글노트'를 발표한 조규찬이 20일 오후 7시 세종대학교 대양홀에서 콘서트를 연다. 음반은 밀리언셀러를 기록하고 콘서트는 연일 매진되기 바라는 것이 모든 가수의 소원일 것이다. 하지만 그는 다르게 이야기 한다. "아주 소수라 해도 평생 내 노래를 좋아해 주는 이들이 있다면 세상과 아무 대화 없이 살고 싶어요. 혼자 음반을 내고 활동하고 싶다는 극단적인 생각."
그는 6월4일 후배 가수 헤이와 결혼을 앞두고 있다. 가수 데뷔 후 3, 4년은 힘들어 "내가 여기에 적응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는 그. 음악활동에 적응하도록 한 것은 불특정 다수인 팬들의 관심이었다. 타고난 성격이 밝은 여자친구 헤이는 예민하고 쉬 우울한 기운에 휩싸이곤 하는 그를 환한 기운에 휩싸이게 해준다.
가요계의 어떤 이는 조규찬처럼 노래, 작곡, 편곡에 두루 뛰어난 능력을 가진 이가 왜 더 크게 유명해지지 않느냐고 말하기도 한다. "객관적인 성공의 척도가 있겠지만 제 생각에 저는 충분히 성공한 것 같아요." 욕심이 작은 탓일까 아니면 의도적으로 세상과 불화하는 것일까. 그의 대답이 뒤따랐다. "정말 원하는 건 가난하게 그리고 자유롭게 음악하는 거에요. 최대한 나를 지키면서." 이번 콘서트의 제목 'My Dream'이 의미하는 것이 바로 이런 것일 테다. 공연문의 (02)2215―5675
/최지향기자 misty@hk.co.kr
사진 최흥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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